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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또 한놈

햇꿈둥지 2006. 10. 20. 11:10

 

 

 

어머니 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로

그럭저럭 들며 날며 세살이를 하던 몇 사람 떠난 것도 그러 하거니와

이노무 시골 구석까지 마천루 같은 고층 아파트들이 나날이 늘어나니 누가 50년 넘은 구옥 세 살이를 할까?

그렇다고 선뜻 이 집에 들어와 살 자식들도 없는 형편이니 세를 받는듯 마는듯 건들 건들 몇해가 지내고 나면서 부터는 한동안 빈집이 되고 말았다

 

이 꼴이 또 마음 시린 일이라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어찌 관리 할 방법이 없겠느냐 상의를 했고

아주 시원하게 "걱정 말고 맡겨 두라" 길래 그러려니 했더니만 어느 날 그 집엘 들려 보니 옛날 모습은 간데없이 현대식으로 리모델링이 되었음은 물론

마당 가득 휠체어가 들어 서 있고 낯 모르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입주해 있었다

 

이 나이 되도록 장애인 이거나 소년 소녀 가장 재활 사업을 한다는 이노무 친구는 마침 장애인을 수용 할 집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차에 얼씨구나

배 고픈 늑대 토끼 삼키듯이 이노무 집을 말아 먹어 버렸음은 물론

 

장애인 후원인이 되어 매달 꼬박 꼬박 후원금을 내라

 

가끔은 쌀도 사오고 라면도 사 와라

 

소년 소녀 가장 주택 리모델링을 했는데 겨울 난방이 방법이 없으니 사무실에 안 쓰는 온풍기 하나를 내 놔라  

컴퓨터도 있으면 하나 내 놔라

 

오늘은 장애인 도우미 체육 행사가 있으니 점심 식사를 같이 할 겸 음료수라도 몇 박스 들고 와라

 

아~

이 씨불노무 복지관장...

 

 

그 와의 인연은 이랬다

 

촌 동네 촌 학교를 입학해 보니 이상한 노미 한 놈 있었다

공부는 별로인 노미 술도 처 먹고 어쩐지 음산한 분위기로 되지 못한 철학을 읊는가 하면

교실 궂은 일은 아무 소리 없이 해내는 놈

어쩌다 이노무 자슥하고 얘기가 되고 의기투합이 되면서 2학년이 되던 해 부터 벌인 일이 공부는 때려 치운채 골방에 한달이 넘게 틀어 박혀 눈 빠지게 카드를 그린 후 그 카드를 팔아 노인정을 찿아 다니거나 마을에 어렵게 사는 노인 분들에게 쌀푸대를 들여 놓아 주는 일을 했었다

 

싹이 노랗다는

부모님들의 날선 성화도 귓등으로 넘긴채 더러는 얻어 터져 가면서도 이일을 졸업하던 해 까지 계속 했었고 그리고 졸업 후 나는 서울로...이놈은 어디 알 수 없는 곳으로 잠적을 해 버렸었는데

나이 오십이 넘은 어느 해 그놈을 만났다 이놈이...

신학교를 졸업 하고 성직자의 길을 택했던 그놈은 목사가 되기 보다는 가난하고 불편한 사람들 틈에 직위도 직분도 없는 같은 사람으로 살겠다고 작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를 보면 천국의 열쇠에 나오는 치셤 신부를 보는 것 같다

 

오늘도 죽기로 공무원질을 해 대고 있는 그의 예쁜 마누라는

"나만 빼고는 무엇이든지 남을 주는 사람, 그래서 가장 최악의 선택 이었다"고 푸념을 해 대지만

그를 보면 증세가 비슷한 나는 늘 기분이 좋다  

 

또 전화가 왔다

 

"어디 쓸 만한 물건 남는거 없냐?"

 

빤쓰 끈을 좀 더 질긴 것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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