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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달빛에 잠 깨어 뒤척인다
달력을 짚어보니 열이레
달빛 지난 자리마다 온통 상채기 뿐
시린 기억들을 잠으로 다독거리기는 너무 짧아
기어이 불면,
#. 한밤 깊은 어둠 속에서 그악스러운 개짖음 소리에 잠 깨기 일쑤, 넘치는 초록순에 식상한 산 중 짐승들이 별식을 빌리러 내려온걸게다 손님 대접 삼아 정성껏 나눌 일이지 지랄용천으로 짖기는... 그까짓 개밥 좀 가지구... #. 잠결에 머리를 쓸어 넘기다가 베짱이 한마리가 손에 잡혔다 그 뒤로 풀무치 소리같은 하염없는 환청, #. 절기 속에 暑와 伏이 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이면 별빛같은 이슬이 내려서 뜨락을 거니는 가심팍은 이미 시리다. #. 다시 비 소식,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들이야 풍성한 계곡의 물놀이를 기대 할 테지만 날나리 주제에도 농사꾼이 분명한 나는 풀 맬 일 걱정, 풀을 제대로 맬건지는 알 수 없지만 기특하고 대견하기는 분명한 일, #. 주말에 손님 오신다네~ 손님보고 풀 매 달라는 결례야 할 수 없으니 함께 놀아 드려야 마땅한 일, 그래도 풀 맬 일 걱정을 떼어 버리지 못하니 생각만으로는 농사꾼 분명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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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을 좋아했다
그리하여 마누라는 작년에도 올해도 여전히 닭띠이다...고맙게도...
여기에 더해
닭백숙
닭찜
닭볶음
닭도리탕
닭갈비
닭튀김
닭구이
닭똥집...
어쨌든 닭으로 만든 요리라면 하루 세끼에 더해 밤참까지
일주일에 팔일을 해줘도 군말않고 먹어 치웠었는데
작년 시월 심장 고장 이 후
닭을 포함한 일체의 고기를 스스로 끊어 버렸다
힘이 없지 않냐구?
괜찮아
코끼리가 고기 먹어 그렇게 큰거 아니잖아
얼룩말이 고기 먹어서 그렇게 날듯이 뛰는거 아니잖아
문제는
어쩌다 구내식당에서 삼계탕을 하는 날이면
멀리서 부터 닭비린내가 먼저 느껴지는거야
10개월만의 변화.
억지 자리에 낑겨 고기를 먹고난 뒤면 온 몸에 부스럼 같은 붉은 반점이 생긴다는 것,
참아내는게 아니라 몸 안에서 거부 한다는 것,
이게
내 몸의 본질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