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몇해전쯤
평창 대화장 허름한 국수집 뒤뜰에서 처음 만났지
화장끼 없는 순백의 청초함이 하도 예뻐서
덥석 보쌈을 해 버리고 싶었는데
꽃 훔친 놈 그 꽃으로 때리라는 낭만도 없는 세상
꽃 아래
마음만 한삽 부어주고 돌아섰지
농삿일에 동동걸음을 치다가
한숨 돌린 손길로
뜨락이 제법 정갈해졌다 싶은 날
다시
그 꽃을 기억 했다네
그리고
몇날의 허튼 수소문 끝에
그리 멀지 않은 곳
저 청초한 꽃송이를
위리안치해 두었다는 풍문을 들었다네
물론
손잡아 되돌아오는데 들인 댓가가 적지 않았음에도
대략
세상 속 어떤 물건을 들일때마다
"이 값이면 술이 몇병?"인가의 잣대마져 집어던진채
기꺼이 품에 안아
어둔 내 집 뜨락에 올라서는
초저녁 꿈길
꽃잎에 뺨 부비며 홀로 그윽 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