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휴지기

햇꿈둥지 2012. 6. 7. 09:50

 

 

귀 수술 후 20여일이 지난 날

완전히 봉쇄했던 이도(耳道)의 거즈를 제거 했는데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세상의 온갖 소음으로 휘청 현기증이 일었다

 

적당히 듣지 못하는 것,

병이 아니었구나...

특히 언덕배기를 오르는 대형 차량 옆에라도 있을라치면 귀 안의 폭발적인 진동으로

이건 소리를 듣는 정도가 아니라 고문 지경,

 

2~3개월이 지나면 적응이 될 것 이라는 의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나선 즉시 거즈로 틀어 막아 버렸다

 

누군가  "그럴려면 뭐하러 떼 돈 들여 수술 했느냐?"의 걱정에 대답 하기를

 

아껴 써야지...

 

 

 

길 닦아 놓으니까 문디 먼저 지난다더니만

죽을 고생으로 비닐하우스 옮겨 지었더니만 작물 심기 전에 풀들 먼저 난리 아우성 이었다

특히 점적 설비로 물기 촉촉한 고랑 사이는 잡초 부르스,

젊잖게 뒷짐 지은채 못본듯 지나 다니는 내게도 비장의 카드 하나 있으니

어느날 아침

둘둘 말아 두었던 잡초 억제용 비닐을 깔아 버림으로써 한방에 제압해 버렸다

 

까불구 있어...

 

그리하여 심겨진 고추 400포기 더하기

아내 전용의 참외 30포기,

 

 

 

 

 

심어 포기 벌을새 없이

뭐노무 전시 대비 비상 소개 훈련을 하는지 툭하면 옯겨 심어지는 통에 해마다의 꼴이

비실비실을 면치 못하는 산마늘,

올해도 예외없이 자리가 옮겨졌음에도 심란한 제 살이를 끌어 안아 이어 보겠노라고 꽃대 올리고 꽃 피웠다

 

것 참,

많이도 미안허이~

 

 

 

 

 

마가렛이며 이런 저런 꽃들과 초록 그늘 무성한 유월,

봄 부터 성실했던 꽃들은 주렁주렁 실과가 되어 기름져 보이고

그 그늘 아래 광대노린재의 휴식조차 감미롭다

 

한낮 햇살이 유릿조각 같으니

이제 나도 그늘 아래 쉬어야겠다

 

치악의 늑골을 지나는 바람과 무릎 맞대고 앉아

저 선계의 일들이나 희롱하는 희희덕 깔깔의 수다조차 용서 될 것 같은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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