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단풍 사연

햇꿈둥지 2013. 9. 30. 07:49

 

 

 

 

 

 

죽어라고 한우물을 파 제낀 끝에 아들놈만 다섯인 집구석

보리밥에 푸성귀 뿐인 밥상머리에서 아버지는 근엄하게 말씀 하셨다

내일부터는 큰놈이 군불 때도록 해라

그리하여 큰놈은 선잠이 덕지로 매달린 눈을 치켜뜨고 군불을 땠다지

그렇게

하루에 이틀..일년에 삼년

제법 관록있는 폼으로 군불을 넣던 새벽,

부엌으로 나 있는 쪽창이 벌컥 열리며 안에서 들려 오는 큰 한소리

혀엉~ 불 그만 때 아부지가 뜨거워서 엄마 위로 올라 갔어

 

군불 땔 큰놈도, 쪽창 열고 소리 지를 작은 놈도 없고

엄마 위로 올라 갈 아부지도 아니 계시는 산골

그래도 집집마다 젖빛 연기 너울거리는데

여전히 아부지는 엄마 위로 올라 갈거라고 믿는 시월의 볼따구니만

저 혼자 부끄럽다고 불그레 발그레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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