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의 둘쨋날
초록은 시름없고
아침마다 시린 이슬
#.
9월,
참 정갈한 느낌.
#.
번개와 천둥의 거친 비로 반,
머릿 가죽을 벗길듯 뜨거운 볕으로 반을 채웠던 여름은
손잡아 인사 나눌새 없이 떠나 버리고
점령군 처럼 들이 닥친 바람에 씻긴 자리마다
가
을
#.
하늘 홀로 푸르시다
#.
봄과 여름은 두어걸음 늦게 오시고
가을 섞인 겨울은 열걸음쯤 앞서 오시는 산골
#.
해너미 무렵부터 연기 오르는 집들이 늘어나고
내 집도 예외없이 이틀에 한번쯤은 불을 들이고 있으니
아침 저녁의 긴옷들 조차 제법 염치 있는 일,
#.
덥다고
구들방 근처에는 얼씬도 않던 아내가
낮이고 밤이고를 가릴 것 없이 아예 점거를 해 버려서
지금 막
아랫목에 자리 잡아 잠 드시기 전 한말씀
"불 좀 더 넣어 봐"
#.
바람에 등 떠밀린 종종걸음으로
풀 숲에 숨어서도 여전히 성실한 꽃들
#.
이 가을
누군가를 새로이 기억하여
사랑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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