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구월 그리고 가을,

햇꿈둥지 2013. 9. 2. 17:04

 

 

 

 

 

 

#.

9월의 둘쨋날

초록은 시름없고

아침마다 시린 이슬

 

#.

9월,

정갈한 느낌.

 

#.

번개와 천둥의 거친 비로 반,

머릿 가죽을 벗길듯 뜨거운 볕으로 반을 채웠던 여름은

손잡아 인사 나눌새 없이  떠나 버리고

점령군 처럼 들이 닥친 바람에 씻긴 자리마다

 

#.

하늘 홀로 푸르시다

 

#.

봄과 여름은 두어걸음 늦게 오시고

가을 섞인 겨울은 열걸음쯤 앞서 오시는 산골

 

#.

해너미 무렵부터 연기 오르는 집들이 늘어나고

내 집도 예외없이 이틀에 한번쯤은 불을 들이고 있으니

아침 저녁의 긴옷들 조차 제법 염치 있는 일,

 

#.

덥다고

구들방 근처에는 얼씬도 않던 아내가

낮이고 밤이고를 가릴 것 없이 아예 점거를 해 버려서

지금 막

아랫목에 자리 잡아 잠 드시기 전 한말씀

"불 좀 더 넣어 봐"

 

#.

바람에 등 떠밀린 종종걸음으로

풀 숲에 숨어서도 여전히 성실한 꽃들

 

#.

이 가을

누군가를 새로이 기억하여

사랑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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