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나라 도시는 참으로 위대했다
그 많은 사람들을 품고 있다가 쏟아내기를 몇일
미어지던 거리가 잠잠해 질 무렵
불끈 달이 솟고
그 아래 추녀 낮은 집들마다 도란 도란 따듯했던 밤
#.
그리고 다시
블랙 홀로 빨려드는 것 처럼
그 많은 사람과 차들은 고행의 귀가 길에 올랐다
여전히 달은 밝고...
#.
合과 散
또는
散과 合
#.
먼 도시에서 늙어 빠질 때 까지 차례상을 차려 온 형수의 노고를 덜어 드리고자
그저 반쯤의 빈말로
"설은 형님댁, 추석은 우리집..."이 어떠냐는 제안에 이렇게 반문 하셨다
- 조상님 혼령이 정신 사나워서 제대로 오시겄냐?
- 귀신같이 알고 오십니다
반쯤의 빈말이 제꺼덕 채택되는 바람에 내 발등 찍은 꼴이 되긴 했지만...
#.
명절을 쇠고도 무려 3일의 꼬랑지 연휴를 끌어 안은 추석 덕분에
도시로 돌아가다가 지친 손님들이 떼거리로 몰려 들었다
뭐시가 먹고 싶고
뭐시를 하고 싶고
이민 가야 한다는 이 생각,
진작 실천 했어야 하는건데
#.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몸을 움직여
겨울 준비를 하고 있다
해넘이 무렵부터 추녀끝 풍경이 부쩍 수다스러워지고
고양이 걸음으로 문밖을 서성이는
산골 추위,
#.
아궁이 가득 불을 넣고
별빛 반, 달빛 반을 덮어
다독 다독 잠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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