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合과 散

햇꿈둥지 2013. 9. 23. 19:45

 

 

 

 

 

#.

이 나라 도시는 참으로 위대했다

그 많은 사람들을 품고 있다가 쏟아내기를 몇일

미어지던 거리가 잠잠해 질 무렵

불끈 달이 솟고

그 아래 추녀 낮은 집들마다 도란 도란 따듯했던 밤

 

#.

그리고 다시

블랙 홀로 빨려드는 것 처럼

그 많은 사람과 차들은 고행의 귀가 길에 올랐다

여전히 달은 밝고...

 

#.

合과 散

또는

散과 合

 

#.

먼 도시에서 늙어 빠질 때 까지 차례상을 차려 온 형수의 노고를 덜어 드리고자 

그저 반쯤의 빈말로

"설은 형님댁, 추석은 우리집..."이 어떠냐는 제안에 이렇게 반문 하셨다

-  조상님 혼령이 정신 사나워서 제대로 오시겄냐?

-  귀신같이 알고 오십니다

 

반쯤의 빈말이 제꺼덕 채택되는 바람에 내 발등 찍은 꼴이 되긴 했지만...

 

#.

명절을 쇠고도 무려 3일의 꼬랑지 연휴를 끌어 안은 추석 덕분에

도시로 돌아가다가 지친 손님들이 떼거리로 몰려 들었다

뭐시가 먹고 싶고

뭐시를 하고 싶고

 

이민 가야 한다는 이 생각,

진작 실천 했어야 하는건데

 

#.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몸을 움직여

겨울 준비를 하고 있다

해넘이 무렵부터 추녀끝 풍경이 부쩍 수다스러워지고

고양이 걸음으로 문밖을 서성이는

산골 추위,

 

#.

아궁이 가득 불을 넣고

별빛 반, 달빛 반을 덮어

다독 다독 잠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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