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 세 마리
줄에 묶여 하루 종일 먼산만 보고
#.
주인인 나
개들에 묶여 집 떠날 생각조차 못하고
#.
불면으로 뒤척이다가
아예 자리를 걷고 일어나서는
컴퓨터 수다질을 해 볼까 했는데
영어가 한글로 전환되지 않는 증세를 해결하느라 끙끙거리다 보니
날은 밝아오고
잠은 달아나고,
#.
어두운 밤에 줄을 끊고 산으로 올라갔던 백두는
저보다 더 큰 고라니 한 마리를 물어다 놓았다
#.
저는 잡아서 물고 오느라고 개고생
나는
그놈 묻느라고 생고생,
#.
잠시
병원을 핑계로 먼 도시를 다녀왔다
약간의 황사와
약간의 미세먼지와
그리고 마스크,
#.
그니의 얼굴 속
미세한 표정들을 읽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니의 마음들이 따듯하게 읽히던 시절,
#.
그러나 이제
표정을 읽을 수 조차 없는 마스크 시대,
#.
황사보다 더
미세먼지보다 더
숨이 막힌다.
#.
제 몸이 조각조각 잘리는 아픔 끝에
감자가 싹이 났다.
#.
푸른 순으로 하늘을 마셔
다시 땅 속에 하늘을 만드는 일,
하지가 풍성하겠다.
#.
농사라는 거
내뜻대로의 일이 아님을 깨우친다.
#.
사람은 작물을 길들이고
작물은 사람을 길들이고
#.
그렇게
작은 흐름을 만들어 함께 흘러가는 일
#.
자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