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겨울 평론,

햇꿈둥지 2022. 1. 16. 06:39

 

 

#.

심장에 동상이 걸릴 때쯤

겨울의 배후에

모서리 날카로운 바람이 있음을 알아낸다.

 

#. 

무채의 그림자가 비로소 일어서서

낮 동안의 노고를 푸념하는 시간,

 

#. 

탕진한 오늘이

아무것도 기억할 것 없는 어제가 되어

바람처럼 떠나던 시간,

하늘 가득

추위에 잠긴 별들이 초롱했으므로

나는 잠시

죽은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들춰 보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 기억조차 폐기되어 버린 

건망의 날들,

 

#.

아직은 조금 더 춥고

아직은 조금 더 눈이 올 것 같고

아직은 조금 더 따듯한 이의 눈빛이 필요한 시간,

 

#.

아버지 돌아가신 날

무릎이 빠지도록 눈이 왔었는데

제사 모시고 돌아오는 밤 길에도

사뿐사뿐 눈이 내리고 있었다.

 

#.

선영을 지나야 집으로 오는 길,

두 분을

차로 모시고 올 걸 그랬나?

 

#.

산에서 나와 대처에 드는 일이 귀가라는데

거꾸로

대처를 떠나 산에 들어야 귀가가 되는 

늦은 밤,

 

#.

산골 누옥에

추위만 흥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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