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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부터
서산에 걸린 상현 달빛이 제법 치렁해서
추운 뜨락에 나가
한참이나 하늘바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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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빗살 무늬의 날카로운 바람이 불고
풍경이 쏟아내는 동그란 울림소리를 따라
꾸역꾸역 밀려드는 초저녁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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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도
이런 휴일엔
적당히 유폐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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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날들이 하 어수선하니
초저녁 노루잠 꿈에
누군지 알 수 없는 이들의 왈가왈부가 소란스럽고
석양빛 같은 어머니 눈길은 여전히 서럽고
현실 같은 꿈도 있었고
꿈같은 현실도 있었고
봄 같기도 하고
겨울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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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놈의 뉴스가 이 모냥인지
뉴스가 나오고
그 노무 뉴스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늬우스가 나오고
또
사실이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를 알리는 뉴스가 나오고
뉴스가 늬우스를 만들고, 만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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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어지러울 뿐,
모든것이
사실 같지 않은 우끼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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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에 종편에
다시
유튜브에 뭔 튜브,
콩인지 팥인지의 캐스트는 뭐시며 에쑤엔에쑤는 또 뭐신지?
도대체
목장 풀밭에 쇠똥 널리듯 했으니
어느 걸 믿고 어느 걸 믿지 말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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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한 말씀으로 진실을 밝히기 보다
헛된 말들로
거짓을 다시 거짓으로 분칠 하는 일,
언어의 고행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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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세상사에 관심을 꺼 버리든지
그리하고도 정 궁금한 게 있으면
인터넷 책방을 뒤지고 뒤져
쌤삥 책이든
병든 책이든
어떻게든 구해서 읽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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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백수의 세월조차
편안할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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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삭둥이 2월도
어느새 이레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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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에 걸린 손톱달이
둥그렇게 밝아지면 대보름이 될 것이다.
별것 아닌 저 앞의 일에 눈을 걸어두고
꾸역꾸역 기다리게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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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아가는 내 탓인지
산속 고요 탓인지
아니면
어수선한 코로나 시절 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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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들여 사는 소도시의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폭증이며 폭진이다.
코로나 불안 수치가 나날이 치솟아 스트레스가 될 일이면
차라리
확진자가 되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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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딴 생각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