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도록 바람이 불어
눈 덮인 동릿 길 위로 할매 두엇 허깨비 걸음을 걷는
소한 대한 물리치고
입춘이 머잖은 날
몸비듬 가득 쌓인 내복을 벗어 던지고
겨우내 갑갑증을 견디지 못한
허리와 어깨 쯤에 얹힌 힘을 땅에 쏟으면
왼갖 소채며
푸른 생명들
덩달아 싹 틔울테니
곱상한 바람
이마에 감길 때 쯤
혹독했던 겨울조차 여전한 애정으로
도닥 도닥
등 두드려 보낼 수 있겠거니
연록의 새순에 얹힌 새소리들
환청으로 들려 오는
그윽히 시린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