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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
하늘에서 내린 것들이
다시 하늘로 오르기 위해 서슬보다 퍼렇게 깃을 세운 새볔
물이 고장 났다
넘침관으로 쉴 새 없이 흘러야 될 물이
아무 기척이 없다는 것,
상황이 이쯤이면 중증의 상태라는 걸
그간의 시골살이로 체득해 왔었다
몇일간의 추위를 차 안에서 사무실 안에서 집 안에서 느꼈을 뿐이니
정작 밖에서 느껴지는 추위의 깊이를 몰랐던 탓,
산 속 물통의 넘침관도
마당 끝 돌틈 사이의 넘침관도 모두 얼어 버려서 물통 안에도 제법 두꺼운 얼음이 얼어 있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한달 전쯤 물통으로 들어 오는 인입변을 조정 했었는데 워낙 적은량으로 조절해 놓은 통에 떨어지는 물량 만으로는 물통 내부의 수면을 충분히 교반 할 수 없었던 것
가스 토치를 사용해서 이곳 저곳을 손질하고 나니 한 낮
"이럴 때 시골 들어 온 거 후회하지 않느냐?"는 아내의 물음
"뭐 이제는..."얼버무리면서도 속으로는 즤가 엄마야 누나야...
마을에도 몇몇 집은 물이 끊겼다고 한다
겨울 가뭄이 거의 재난급이라고 티비마져 몇일째 엄살을 되풀이 하고 있는데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초롱하다
나무들 사이를 비집어 지나는 바람 소리뿐
고요하고 적막한 산 속에 들어 물줄기 하나 소중하게 열어 놓은 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 오는 이 기쁨이여"...쯤의 노래면 어울림이 될까?
겨울 속에
나와 같은 등뼈로 느껴지는 산등성이를 넘어 비상구 하나가 열리던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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