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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먼 대전의 일로 홀로 집을 나선 날
산중에 홀로 버려진 나는
이 일, 저 일 삼월이 산바라지에 세끼의 식사를 해결하는 일에...동동 거리다가
해는 떨어지고...
것 참~ 깜깜한 산중에 홀로 앉아 있으려니 쓸쓸도 처량도 하여
쐬주 일병 끌어 안고 안주거리를 찾다가...헤매다가...
삼월이 몫으로 끓여 놓은 돼지 족발 이거니... 안주 삼아 일배우일배...
개 덕분에 먹긴 한다만
맛은 개떡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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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위 때문이 아니라
철석같이 지켜지던 삼한사온의 전통적 예의범절(?)을 무시한 요상시런 날씨 탓에
이곳 저곳이 얼고 터지고...에 맞추어 동동 거리다 보니
장작이 떨어졌다
눈섶에 불이 붙은들 이보다 더 급하랴
농사철엔 벼르고 벼르다가 비 오는 날 일 벌이고
겨울철엔 벼르고 벼르다가 제일 추운 날 일 벌이고...
내 탓 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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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마리의 삼월이 새끼들 중에 성질 급한 놈 하나 있어
제일 먼저 와이셔츠 단추 구멍만한 눈을 떴다
추운 중 에도 제법 햇살 치렁한 한낮
백설마져 만건곤 했으니
얼마나 눈 부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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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마다
집집마다
진초록 비닐 포대에 담긴 비료와 거름들이 쌓여 있었다
겨울이 끝나 간다는 것,
다시
햇살의 힘을 빌어 겨울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던
흙의 속살을 일궈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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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몸살로 진을 빼다가 여전히 무거운 몸으로 찾아 간 한의원
진맥 방법이 사뭇 의아하다
컴퓨터를 켠 채
작은 쇠망치 같은 것을 몸 이곳 저곳에 대어 보길래
"마징가 제트 진맥 하십니까?"
처방에 쇳가루를 넣는 건 아닌지...당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