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개덕의 개떡

햇꿈둥지 2010. 1. 24. 12:47

 

 

 

 

 

#.

아내가 먼 대전의 일로 홀로 집을 나선 날

산중에 홀로 버려진 나는

이 일, 저 일 삼월이 산바라지에 세끼의 식사를 해결하는 일에...동동 거리다가

해는 떨어지고...

것 참~ 깜깜한 산중에 홀로 앉아 있으려니 쓸쓸도 처량도 하여

쐬주 일병 끌어 안고 안주거리를 찾다가...헤매다가...

 

삼월이 몫으로 끓여 놓은 돼지 족발 이거니... 안주 삼아 일배우일배...

 

개 덕분에 먹긴 한다만

맛은 개떡 같더라

 

#.

겨울 추위 때문이 아니라

철석같이 지켜지던 삼한사온의 전통적 예의범절(?)을 무시한 요상시런 날씨 탓에

이곳 저곳이 얼고 터지고...에 맞추어 동동 거리다 보니

장작이 떨어졌다

 

눈섶에 불이 붙은들 이보다 더 급하랴

 

농사철엔 벼르고 벼르다가 비 오는 날 일 벌이고

겨울철엔 벼르고 벼르다가 제일 추운 날 일 벌이고... 

 

내 탓 이로소이다...

 

#.

여섯마리의 삼월이 새끼들 중에 성질 급한 놈 하나 있어

제일 먼저 와이셔츠 단추 구멍만한 눈을 떴다

 

추운 중 에도 제법 햇살 치렁한 한낮

백설마져 만건곤 했으니

얼마나 눈 부셨을까?

 

#.

마을마다

집집마다

진초록 비닐 포대에 담긴 비료와 거름들이 쌓여 있었다

 

겨울이 끝나 간다는 것,

 

다시

햇살의 힘을 빌어 겨울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던

흙의 속살을 일궈야 한다는 것,

 

#.

급성 몸살로 진을 빼다가 여전히 무거운 몸으로 찾아 간 한의원

진맥 방법이 사뭇 의아하다

컴퓨터를 켠 채

작은 쇠망치 같은 것을 몸 이곳 저곳에 대어 보길래

 

"마징가 제트 진맥 하십니까?"

 

처방에 쇳가루를 넣는 건 아닌지...당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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