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오십 생애를 살면서
생애 초유의 독한 감기를 만났다
난 촌놈이다
따라서
감기?
그거 뭐 일년에 한번쯤 바람처럼 스쳐가는 일 일테지...
가볍게 맞았고
그리고
즤까짓게 앓을 만큼 앓으면 그만 일 테지...의 생각으로
같은 증상으로 앓고 말았다는 마누라 감기약도 몇 봉지 얻어 먹었고
나 보다 년식이 더 낡아 빠진 형님 약도 몇 봉지 얻어 먹는 걸로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했으며 이 덕분인지 일주일 만에 감기는 끝이 나는 것 처럼 느껴 졌었다
당연히
감기와의 쫑파티를 위해 쐬주를 한잔 빨았고
이 초사가 화근 이었는지 감기는 당구 용어 중의 하나 처럼 빽시끼 먹은 당구 알이 되어 도로 내 몸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ㅁ.
지나치게 열이 높다
잠시 누워서 쉬면 되겠지...
이 미련한 판단은 이 낡은 몸을 구급차에 실어 응급실로 향하게 하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체온이 40도에 육박해 있고
혈액의 혈구는 염증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폐렴 증세를 수반하고 있으므로...입원해야 한다
별반 환자가 없어서 선하품을 쏟아내고 있던 시골 의사 선생님은 신이나게 견적을 내고 있었다
입원을 포기하고 아주 성실하게 통원 치료를 하겠노라는 고집 끝에
잠시 응급실에서 링거병을 차고 눕게 되었는데
간호원 아가씨는 아직도 실습 중 이신지
손 등에 한번
팔뚝지에 한번...정맥 주사바늘 꽂기를 실패한 세번만에 링거 호스를 연결 하는데 성공했다
연신 죄송하다는 간호원 귀에 사근 사근 속 넓은 소리를 건넸다
"괜찮아요 조선놈 삼세번 이니까..."
ㅁ.
이렇게 앓기를 21일째
매일 매일의 링거 주사와
빵뎅이에 찔러지는 항생제 주사는 발끝까지 아프게 했었다
빵뎅이 주사를 놓고 난 뒤
"이 주사는 많이 아프니 오래 문질러 주어야 한다"는 간호원 말에
"아 주사 놓은사람이 문질러 주어야지 왜 내가 문질러야 되느냐?"고 항의한 결과 악성 기피 환자로 분류 되어 버렸다
어쨌거나
혈구의 수치도
폐렴 증세도 이젠 정상으로 회복 되었다
감기가 쫑을 쳤다는 얘기 이기도 하다
"고생 했습니다 이제 감기는 다 나으신 겁니다"
의사 선생님의 쫑감 선언을 들은 후
가장 먼저 드린 질문
"술 마셔도 됩니까?"
측은한 시선으로 한참을 건네다 보더니
"그렇게 좋아요? 술이?"
도치법을 쓸 줄 아는 의사구먼...
그 동안 들인 치료비며 약값이면 쐬주가 몇병인지...
이 따우 계산을 하며 병원문을 나서는 손등이며 팔뚝에는 정맥 주사의 흔적으로 얼룩덜룩한 피하 혈흔이 꼭 특공대원 군복의 위장 무늬 처럼 남아 있더라
감기,
제일 무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