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시골살이 겨울 중에는 제일 포근하다 싶은 만만한 겨울에
난데없는 감기 몸살로 죽지 않을 만큼 앓고 일어나 보니 꼬박 일주일이 걸려 있었다
활동하는 시간 보다는 눕는 시간이 많았었고
눕는 시간과 비례해서 티븨를 보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리고
그노무 티븨 프로그램 이라는 것 들이 몽땅
내 살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그리하여 내 삶에는 아무 영향도 줄 수 없는 허무맹랑하고 우스꽝스러운 것들이라고 진저리를 치며 깨우칠 즈음에 감기는
증권쟁이들의 용어대로 바닥을 치기 시작 했는데
회복세는 더럽게도 "V"자 유턴이 아닌 "U"자 형태의 유턴 모양새를 택 했는지 지지부진...
문딩이 눈섶 자라는 만큼씩만 호전되고 있었다
티븨 뉴스를 통해 아산과 천안의 닭들이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걸려
와장창
생매장을 당 하는 장면들을 보다가
신열과 앓는 소리가 뒤섞인 설핏 잠이 들면
뒤죽 박죽 도막 도막인 꿈 속에
나 또한 그 닭들처럼 생매장을 당하는 독한 꿈을 꾸곤 했었다
ㅁ.
신열을 끌어 안고 부부가 합심으로 끙끙 앓고 있는 중인데
가까운 곳의 일로 주변을 지나는 길에 문병차(?) 왔노라며 열명 가까운 후배님들이 들이 닥쳤다
차를 준비한다
간식을 준비한다
말로는 문병인데 완전히 고양이 쥐 생각이다
후배 라고는 해도 직장 생활도 나름대로 관록을 쌓을만큼 쌓은 나이 들이니
서리 맞은 고춧대 처럼 늘어진 산중 초로의 두 몰골을 돌아 보며 한다는 소리들이
뭐시 몸에 좋고
뭣을 삼가해야 건강이 보존되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미치겠네
이거 봐라 이거 봐라~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노무 세상이 뭐시 몸에 좋다 하면
물 들어 오는 배에서 물 피하듯이 한쪽으로 우우우우우우~ 몰려 가지고서는 제 발로 빠져 죽는 상황을 만들어내니
이노무 시대 사회 가동률의 저하 요인이
해방 직 후 처럼 문맹률에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요
정규 대학에
전문 대학에
노인 대학 까지 넘치도록 생겨나서 대졸 아닌 사람 없는 나라에
무어 이리 부화뇌동이 횡행 하는고?
옛날에
옛날에
우리 모두 촌동네에서 빡빡대가리로 책보 메고 핵교 댕길때
선상님께서 익히 가르쳐 주시지 않았던가?
펜식은 몸에 해로우니께 가리지 말고 골고루 쳐 먹으라고...
몸에 좋다고
고거에만 코 박지 말고
요것 조것 골고루 먹으면
감기도
상사병도 걸리지 않는 거시여~
ㅁ.
피막에 둘러 쌓인 채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서
삭풍을 견디고
한설을 견뎌내고 있는 저 고치 처럼
오한에 떨기도 하고
한천에 쩔기도 하면서
나는 한마리 고치처럼 이불 속에 쌓여 있었다
가끔
추녀 끝을 휘감아 도는 바람 줄기들이
불쑥 문틈을 비집고 들어와
1월도 이젠 스무날을 지났다고
2월의 넷쨋날은 입춘이 되는 날 이라고...
성실한 우체부 처럼 귓속말을 전해 주곤 했었다
어쨌든 감기는 나은 것 같다
기념으로 쐬주나 일잔 빨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