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처럼 강아지와 함께 뒷산엘 올라 보니
온통 갈색의 푸석함,
몹시 깊은 병을 앓고 난 뒤의 얼굴처럼 아무 곳에도 물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초록 없는 긴 시간을 건너는 동안 먹이가 궁해서 였는지
곳곳에 파 헤쳐진 흔적,
실한 칡뿌리가 묻혀 있을 법한 곳곳이 함부로 파 헤쳐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 저곳으로는 아예 전용도로다 싶을 만큼 반질 반질 길이 나 있습니다
함께 산행을 했던 이의
"이 곳에 올무를 놓으면 100프로..."라는 확신에 찬 꼬드김에도 불구하고
그저 그러려니...돌아서 내려 옵니다
내 몸에 작은 가시 하나 박히는 걸 못 견뎌 하면서
산 생명의 다리를 차꼬로 묶어 놓고는 비명을 질러대는 목에 예리한 창을 박아야 한다는...
유흥으로 거두어진 그 생명은 얼마나 상처 깊은 원혼이 될까?
저잣거리 불빛 밝은 곳에는 윤기나는 먹을거리들이 넘쳐나고
너무 많이
너무 자주 먹어서 이젠 비만도 질병 이라는데
부른 배를 끌어 안고도 여전히 버리지 못 하는 욕심
자연산
무공해
건강식
정력제...
몸 속의 빈틈을 욕망의 허기로 느낄게 아니라
하늘을 담아 사랑을 싹 틔우는 온기로 채울 일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