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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의 비 끝에
밭고랑의 풀들은 맘껏 품 벌려
겨우 제 힘으로 일어서는 작물들을 끌어안을 기세이므로
게으름의 근육을 모두 채근하여
괭이 하나 들고 풀 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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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방울 방울이 영글어
고른 치열 같은 옥수수 알갱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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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없는
성실한 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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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던하거나
때론
미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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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과 반자 사이에서 태어 난 꺼뭉이의 새끼들은
밤 눈 어두운 녀석들인지
하필이면 내부장식용 벽 틈새로 빠져
밤 깊은 시간의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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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맞이가
제법 소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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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꽃을 피우고
고추는 별빛으로도 자라기 시작했으므로
날라리 농사꾼의 밭에도
찰진 초록이 무성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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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되짚어 보는 일이 아니다
작물도
사람도
함께 자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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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지난해 게으름으로 망친 이런저런 일들은
그만
툴 툴 털어 버리고
또다시 새롭게 게으르면 되는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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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쯤
왕 왕 예초기 돌려
마당에 풀 베어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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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내
산골 누옥이 제법 정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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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중에 사 들고 온 툴시향을
그저 모셔 두고만 있다가
부처님 형상의 향꽂이를 하나 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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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반 보살님이셨던 어머니 무덤에
땀 절은 난닝구 나마 편단우견 한 후에
향촉 하나 고요히 피워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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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워쩐 뒤시럭이냐고
긴 해가 뉘엿하도록
타박 하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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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절어 밭고랑에 있는 새
먼데 술 취한 친구들 전화,
막걸리 취한 동무의 한 수다
소주 취한 동무의 두 수다
소주 막걸리 짬뽕으로 취한 동무의
두루뭉수리 짬뽕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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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다리를 몽땅 도륙당하여
알아 들을 수 없는 외계어들이
전화기 넘어 비틀비틀 쏟아져 들어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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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친구들이 아우성으로 전화를 하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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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뻐꾸기와
졸린 산 비둘기와
바쁜 다람쥐를 만나는 산길로 걸어 걸어
그늘 깊은 먼 곳에서
유월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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