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신장개업,

햇꿈둥지 2023. 6. 4. 04:43

 

#.
10년 넘은 노트북의 부팅 속도가
점 점 점 점 느려졌으므로
아항~
이 컴터는 충청도에서 만든 건가 보다... 했었는데
이노무 기계조차
노쇠 증세였다는 거였다.

#.
미학일 수 없는 느림에 더 해
가끔씩 발라당 누워 버린 뒤
꼼짝달싹 할 수 조차 없는 파업을 하기도 했으므로

#.
아들에게 전화하여 물었다.
"노트북을 바꿔야겠는데 문방구에서 사면되니?"

#.
전화기 너머의 한숨과 탄식,
"아 아~! 
산속에서 늙어버린 나으 아부지~"

#. 
서울 사는 아이가 
늦은 밤 길을 달려와 새것으로 바꿔 주었다.

#.
새 노트북은 그 새
이렇게 저렇게 진화하여
손전화와 함께 입 벌어지는 재간을 부렸으므로
모처럼
자식 키운 흥복을 누릴 수 있었다.

#.
아내가 
여름용 자작 패션으로 변신한 뒤
이런저런 뽐새로 자랑을 하며
어떠냐? 고 거듭 물었으므로
'내용물 보다 포장'이라는 답변에 더 해
'과대 허위 포장'이라는 입방정의 대가로
여러 날 굶게 될 것 같으다.

#.
아으~
이노무 입,

#.
마을 젊은 축들의 모임에
두목을 맡은 이가 불참하여
부두목에 삼두목쯤의 변변찮은 내게
대신 인사를 부탁했으므로

#.
대신의 인사이니 짧게 하지요  "감사합니다"
"에이~ 그건 너무 짧아요"
모인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였으므로
다시
조금 기일게~ 고쳐 말하였다.
"대 단 히~ 감 사 합 니 다~"

#.
왁자한 웃음 끝에
일동 지청구,

#.
유월이 되었다고
허공 가득한 햇살의 윤슬,

#.
아득한 허공에서
휘청
현기증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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