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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에 매화가 피었으니
산골의 봄은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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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을러 터진 농사일이
살짝 내린 봄비를 핑계로
며칠째 휴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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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죽자고 일에 매달려해야 하는 이유가
연속성의 문제도 그러려니와
게으름의 속성상
누우면 일어나기 싫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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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 주변을 기웃거려
냉이도 캐고
씀바귀도 캤으니
봄을 누릴 만큼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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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도시에 사는 친구가
덜컥 병이 났다는 전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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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님의 글 이었는지
멀어서 나를 꽃으로 피게 하는 사람아
그저 향기 되어 다가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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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의 아홉 번째 생일
친, 외를 불문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
탈 탈 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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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이가 말하길
"씨 뿌려보고 싶어~"
이를 위해
거름 펴고 밭 갈아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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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병인양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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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마음만 동동이지
진행 사항 제로 상태의 온갖 일을 두고
마을 동무들은 먼 서해 바다로 소풍을 떠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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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바다를 보기 전에
출렁이는 술잔에 빠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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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속에 뼈를 감춘 생명들이
뼈 속에 살을 감춘 생명들을
삶거나 회를 쳐서
바다 같은 술잔으로 울렁이는 일,
유기된 산 중의 하루가 또 불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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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으로는 28일까지 밖에 없는 2월이
음력으로는 30일까지
올해는 여기에 더 해 앵콜로 윤달까지 매달아 두었으니
늘 서운했던 2월이
불끈 힘이 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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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초록이 일어서고
종일토록 종알거리는 새소리들
지나는 바람 한줄기 목에 두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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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다리 경운기를
늙은 소 처럼 부려
느릿느릿 밭을 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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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지막 주,
한 낮은 여름 날씨 같아서
산 중에서 조차 반팔 차림이 되기도 하는
알쏭하고 달쏭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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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모종을 심은 뒤에 다시 씨앗 뿌리고
옥수수 씨앗을 포트에 공손히 다독거려 두었으니
어쨌거나 농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