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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가족이
재넘어 도시로 옮겨오고 부터
백수의 일상이 제법 쫀쫀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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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집에 들러
아내가 주방을 정리하는 사이
가끔은
청소 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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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도시의 친구 녀석은
늘그막에 그 무슨 고생이냐고 했지만
철없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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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사람 도울 수 있으니 좋고
온통 아내의 수고로움이 될 일을
나누어 덜어 줄 수 있으니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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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행복이
한방에 해결되는 일 일 뿐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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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하게 늘어졌던 백수의 일상이
제법 쫄깃 탱탱해지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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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시간에
차에서 내리는 아이들 맞이하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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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학원에 두고 돌아서는 길,
길 건널 때 손 들어야 돼~
아이는 어른스럽고
나는 아이스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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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깐이지만
두 아이의 예쁘고 따듯한 손을 잡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위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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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변화들로
아이들과
소소한 이견의 다툼이 있기는 하지만
해결과 맞춤을 위한 노력의 과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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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이의 예리한 창은 티격
내 허술한 방패는 태격,
일전 끝에 나는 늘 패잔의 몰골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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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알부자 친구 집에 들러
계란 세 판을 샀는데
달걀 한 판은 덤,
다음엔 달걀 한 판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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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쥔 달걀이
사람의 정으로 따듯하니
곧
봄이 올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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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코 앞인데
5인 이상 집합 금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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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들을 다섯 수에 가둬 놓은 뒤에
흔들리는 이 마음은 어디에 묶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