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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 지난날
밤비 오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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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새벽
안개 그윽하여
팽팽하던 허공이 한결 너그럽고도
몽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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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덕분에
겨울의 각질이 한 겹 벗겨졌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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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명랑해진
산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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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던 겨울과는
기어이
화해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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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첩을 써 달라는
앞 마을 아우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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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러한가?
게으른 하품을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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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넘어 시내로 들어가는 꼬물딱지 버스에는
꼬물딱지 노인들만 가득 앉아서
모두들 병원 가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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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란
내 안의 병을 안고 스스로 이겨나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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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이다.
세상 만물이 세월 따라 낡아가는 일이니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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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동안
산짐승이 내려오는지
밤새 그악스러운 개 짖음 소리에 툭하면 잠을 깬다
손님 대접도 할 줄 모르는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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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 날카로운 서리가 무성해야 할 시절에
이슬이 영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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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속에 옹송거리던 날들인데
황송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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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나는 오늘 또
이 너른 산 품 어느 구석에 쪼그려 앉아
홀로의 놀이를 하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