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넋두리 천오백,

햇꿈둥지 2021. 1. 17. 05:42

 

 

#.

출근 이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미로 같은 도시의 길들은

언제든지

미어터질 준비를 마치고 있어서

 

#.

자본의 암수에 홀려

내 차를 갖게 된 우리들은

앞으로는 물론 뒤와 옆으로도 비상구를 찾지 못한 채

외통수의 길바닥에서 핸들을 부여안고 몸부림을 치다가

 

그러다가,

 

#.

문화와 복지는

국가적 시혜가 아닌

개별적 선택의 몫이라고 결론 지었기에

 

#.

어느 날 홀연히

서식처를 옮겼다.

 

#.

등짝이 아주 큰

산 품

이었다.

 

#.

차 소리와 사람의 소요 대신

바람과 산 새들

그리고

겨울이면 하얀 눈이 내리는,

 

#.

푸른 허공을 재단한 뒤

팔뚝 굵은 아내와 힘을 합쳐

뚝딱

흙집 한 칸을 어렸다.

 

#.

산 속 오두막은

도시의 아파트보다

꿈을 꾸기에 좋았다.

 

#.

둥지를 이소한 아이들은

별 보다 예쁜 아이들을 낳아

꽃처럼 예쁘게 키워 가고 있다.

 

#.

그렇게 20년,

역사가 될 수 없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은 늙기에 충분했다.

 

#.

그 시간 동안

새소리처럼

때론

바람 같은 한숨으로 모은 넋두리들이

어느새 천오백,

 

#.

망망한 인터넷 대해에서 만나진

가슴 따듯한 사람들이 있어

넋두리 뿐인 고자질은 언제나 행복했다.

 

#.

새롭게

노래 한 곡을 배운다.

 

#.

산골 뜨락에 늙은 봄이 당도하면

무릎 맞대고 앉아

마음 놓고 희희덕 거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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