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겨울 비,

햇꿈둥지 2021. 1. 22. 08:43

 

 

#.

대설 지난날

밤비 오시고

 

#.

비 그친 새벽

안개 그윽하여

팽팽하던 허공이 한결 너그럽고도

몽환적이다.

 

#.

비 덕분에

겨울의 각질이 한 겹 벗겨졌으므로

 

#.

다소 명랑해진

산새들,

 

#.

날카롭던 겨울과는

기어이

화해를 할 것이다.

 

#.

입춘첩을 써 달라는

앞 마을 아우의 전화,

 

#.

벌써 그러한가?

게으른 하품을 문다.

 

#.

재 넘어 시내로 들어가는 꼬물딱지 버스에는

꼬물딱지 노인들만 가득 앉아서

모두들 병원 가시는 중,

 

#

건강이란

내 안의 병을 안고 스스로 이겨나가는 일,

 

#.

동행이다.

세상 만물이 세월 따라 낡아가는 일이니

더욱 그러하다.

 

#.

밤 동안

산짐승이 내려오는지

밤새 그악스러운 개 짖음 소리에 툭하면 잠을 깬다

손님 대접도 할 줄 모르는 녀석들,

 

#.

모서리 날카로운 서리가 무성해야 할 시절에

이슬이 영롱하다.

 

#.

추위 속에 옹송거리던 날들인데

황송한 일,

 

#.

하여

나는 오늘 또

이 너른 산 품 어느 구석에 쪼그려 앉아

홀로의 놀이를 하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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