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접촉에서 접속으로,

햇꿈둥지 2021. 2. 15. 12:27

 

 

#.

먼 도시에 차려진 차례상에

엎드려 영상 세배하였다.

 

#.

접촉의 세상에서

접속의 세상으로 진화 중,

 

#.

마을 안

지붕 낮은 집들마다

낯선 차들이 따듯하게 웅성거리고

흐린 불빛 아래 도란거리던 일들은 

이제 전설이 되어서

 

#.

누옥들이 게딱지처럼 엎드려 있는

마을 고샅에는

갈색 바람만 어지러이 몰려 다니고 있었다.

 

#.

올 수도 갈 수도 없는

이상한 명절이

이상하게 지나갔으나

사람의 일들은 여전히 번잡해서

 

#.

날짜를 나눈 번 가름으로

다녀가는 사람들은 짧은 왕복 달리기가 힘들고

맞고 보내는 우리는 늘어지는 일들로 힘겨웠다.

 

#.

모두들 떠난 자리

만세 삼창 후에

청소만 두 시간,

 

#.

청소를 끝내고

실신하듯 잠들었던 한낮

씻김굿 같은 비가 내렸다.

 

#.

복수초 소식이 궁금하여

잠시 오른 뒷산에서

봄 꽃 대신

지난 가을볕 한아름을 끌어안고 있는

마른꽃 한 송이를 얻어왔다.

 

#.

포근한 며칠,

얼어붙었던 흙색이 사뭇 부드러우니

 

#.

다시

어깨와 허리에 힘을 모아

이런저런 농사 준비를 해야 할 일인데

자꾸자꾸

몽유처럼 떠도는 날들,

 

#.

겨울빛 반

봄빛 반이 섞인 찬 비 뒤에

가만히 옹크려 있는 우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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