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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도시에 차려진 차례상에
엎드려 영상 세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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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의 세상에서
접속의 세상으로 진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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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
지붕 낮은 집들마다
낯선 차들이 따듯하게 웅성거리고
흐린 불빛 아래 도란거리던 일들은
이제 전설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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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옥들이 게딱지처럼 엎드려 있는
마을 고샅에는
갈색 바람만 어지러이 몰려 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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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수도 갈 수도 없는
이상한 명절이
이상하게 지나갔으나
사람의 일들은 여전히 번잡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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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를 나눈 번 가름으로
다녀가는 사람들은 짧은 왕복 달리기가 힘들고
맞고 보내는 우리는 늘어지는 일들로 힘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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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떠난 자리
만세 삼창 후에
청소만 두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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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끝내고
실신하듯 잠들었던 한낮
씻김굿 같은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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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소식이 궁금하여
잠시 오른 뒷산에서
봄 꽃 대신
지난 가을볕 한아름을 끌어안고 있는
마른꽃 한 송이를 얻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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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며칠,
얼어붙었던 흙색이 사뭇 부드러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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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깨와 허리에 힘을 모아
이런저런 농사 준비를 해야 할 일인데
자꾸자꾸
몽유처럼 떠도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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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빛 반
봄빛 반이 섞인 찬 비 뒤에
가만히 옹크려 있는 우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