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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단단히 각오 하라는 경고처럼
폭탄 같은 첫눈이 내렸으므로
지붕 낮은 산골 마을은
한방에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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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짓거
그러거나 말거나
구들방 아랫목에 누워 다시 노자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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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可道非常道...
아항 그리하여
도였던 어느 마을은 특별자치시가 된거구만
역쉬 읽을수록 새로운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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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를 한바퀴 돌아 온 아내는
선물로 쇠가죽 허리빠(띠)를 하나 사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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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붙들어 매어 놓을 생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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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장가를 보낸다는 친구를 보기 위해
낯선 도시를 한바퀴 돌아왔다
늙어버린 세월을
뺀도롬한 양복과 염색으로 허위포장한 채
시치미 똑 떼고
시아버지 자리에 앉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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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숭한 둘만의 산속살이거니
미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 보려고는 했다
싸구려 구닥다리 전축은 버린지 오래 됐으므로
징글벨 노래 대신
징글징글한 마누라 잔소리만 무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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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마지막 서른 하루
가슴 따듯한 날들로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