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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아이 혼례 일로 나흘을 비웠던 산골 오두막은
흥건한 냉기 속에 침몰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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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
바람이 눈을 몰고 오거나
눈이 바람을 몰고 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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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눈보라 속을 너울거리는 까마귀들의 군무
정지한채 가라앉아 있던 산골마을에
유일한 동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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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고도
밤새 눈이 온 뒤에 강추위가 몰려 올거라는 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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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뒷산
종 종 종
시린 눈 위에 남겨진 산짐승들의 정직한 행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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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의 밤은 참 아득하다
싸락눈 내리시고
지붕 낮은 어느 집에서 새어 나오는
해소 기운의 쇠잔한 기침 소리 까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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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릴 때 마다
산골마을은 한켜씩의 나이테를 만들어 가고 있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