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겨울 나이테

햇꿈둥지 2013. 12. 12. 16:05

 

 

 

 

 

 

#.

조카 아이 혼례 일로 나흘을 비웠던 산골 오두막은

흥건한 냉기 속에 침몰해 있었다

 

#.

다시 눈,

바람이 눈을 몰고 오거나

눈이 바람을 몰고 오거나

 

#.

은빛 눈보라 속을 너울거리는 까마귀들의 군무

정지한채 가라앉아 있던 산골마을에

유일한 동사가 된다

 

#.

그리하고도

밤새 눈이 온 뒤에 강추위가 몰려 올거라는 엄포,

 

#.

눈 쌓인 뒷산

종 종 종

시린 눈 위에 남겨진 산짐승들의 정직한 행선지

 

#.

산골의 밤은 참 아득하다

 

싸락눈 내리시고

지붕 낮은 어느 집에서 새어 나오는

해소 기운의 쇠잔한 기침 소리 까지면...

 

#.

눈이 내릴 때  마다

산골마을은 한켜씩의 나이테를 만들어 가고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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