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1마력 시골살이,

햇꿈둥지 2019. 2. 27. 04:06





#.

날 풀려 나긋한 봄날이 펼쳐지기 전에

아내는 밖으로 풀 가동 되었으므로


1.

곱디 곱게 손 놀려 밥 하기에


2.

냉장고 구석구석에 숨겨진 반찬 찾아


3.

혼자 밥 먹고

혼자 글씨 쓰고

혼자 책 읽기


4.

개와 고양이 밥 주고 물 주기


5.

더러는

세탁기 속의 빨래를 고운 햇볕 아래 널어주기


6.

왈그락 덜그럭 설겆이 수


7.

안방, 건너방, 더하기 방 방 방과

너르고 휑한 거실 청소에


8.

가외로는

꼬맹이들 이야기 프로그램에 불쑥 불쑥 등장하는

부교재 만들어 주기


9.

뿐이랴

뒷산에 올라 땔나무 져 내리기에


10.

한결 명랑해진 새소리 더불어

비닐하우스를 정리 하는 일


11.

겨울과 봄이 뒤엉킨 바람 속에서

묵은 밭을 정리하고

겨우내 누워있던 마른 푸새를 걷어내어

봄 농사를 준비하는 일


12.

그리고

해넘이 무렵

대근이 엉아처럼 으라챠 힘 모아 장작을 뽀갠 뒤에


13.

아궁이 가득

너울너울 불을 넣은 뒤면

하루종일 봄볕을 뿌리던 햇님도

꼬르륵

서산으로 넘어가는 시간,


#.

1 마력(馬力)으로도 지칠 일들을

노쇠한 마당쇠 한마리의 힘인

1마력으로 살아내야 하는 시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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