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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풀려 나긋한 봄날이 펼쳐지기 전에
아내는 밖으로 풀 가동 되었으므로
1.
곱디 곱게 손 놀려 밥 하기에
2.
냉장고 구석구석에 숨겨진 반찬 찾아
3.
혼자 밥 먹고
혼자 글씨 쓰고
혼자 책 읽기
4.
개와 고양이 밥 주고 물 주기
5.
더러는
세탁기 속의 빨래를 고운 햇볕 아래 널어주기
6.
왈그락 덜그럭 설겆이 수
7.
안방, 건너방, 더하기 방 방 방과
너르고 휑한 거실 청소에
8.
가외로는
꼬맹이들 이야기 프로그램에 불쑥 불쑥 등장하는
부교재 만들어 주기
9.
뿐이랴
뒷산에 올라 땔나무 져 내리기에
10.
한결 명랑해진 새소리 더불어
비닐하우스를 정리 하는 일
11.
겨울과 봄이 뒤엉킨 바람 속에서
묵은 밭을 정리하고
겨우내 누워있던 마른 푸새를 걷어내어
봄 농사를 준비하는 일
12.
그리고
해넘이 무렵
대근이 엉아처럼 으라챠 힘 모아 장작을 뽀갠 뒤에
13.
아궁이 가득
너울너울 불을 넣은 뒤면
하루종일 봄볕을 뿌리던 햇님도
꼬르륵
서산으로 넘어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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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력(馬力)으로도 지칠 일들을
노쇠한 마당쇠 한마리의 힘인
1마력으로 살아내야 하는 시골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