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불안한 봄,

햇꿈둥지 2019. 3. 8. 05:02





#.

도시는 불빛으로 밝아지고

산골은 박명의 선하품으로 깨어난다.


#.

지난 밤

치악의 창이 되었던 박씨 영감님댁 조그만 창문이

쇠잔한 기침 소리로 새볔보다 먼저 일어났다.


#.

겨우내

무성한 바람에 흔들리던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고운 봄을 준비 하자고

새들은 다시 명랑한데


#.

일주일 넘도록

산하와 도시와 사람들이 잿빛 허공 속에 부유했었고

가외의 일거리로

성의없는 문자 지우는 일이 일과가 되었다.


#.

아이들 생일 선물로

메고 다니는 산소호흡기 하나 사 줄까?

고민 중,


#.

그 사이 경칩이 지났지만

아무도 개구리의 안부 따위는 묻지 않았다


#.

아침마다

하늘이 사람을

사람이 하늘을 경계해야 하는


#.

불안하고 우울한 시절,


#.

그러나 또 살아 있음이여

겨울을 벗어던진 밭에 올라

다시

고운 흙살을 뒤집어 씨 뿌려야 하는데

의욕의 발기 부전,


#.

이 봄은

여전히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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