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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불빛으로 밝아지고
산골은 박명의 선하품으로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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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치악의 창이 되었던 박씨 영감님댁 조그만 창문이
쇠잔한 기침 소리로 새볔보다 먼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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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무성한 바람에 흔들리던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고운 봄을 준비 하자고
새들은 다시 명랑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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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넘도록
산하와 도시와 사람들이 잿빛 허공 속에 부유했었고
가외의 일거리로
성의없는 문자 지우는 일이 일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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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생일 선물로
메고 다니는 산소호흡기 하나 사 줄까?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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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경칩이 지났지만
아무도 개구리의 안부 따위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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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하늘이 사람을
사람이 하늘을 경계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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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우울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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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 살아 있음이여
겨울을 벗어던진 밭에 올라
다시
고운 흙살을 뒤집어 씨 뿌려야 하는데
의욕의 발기 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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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은
여전히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