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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일행은 짐도 덜겸 함께 오른 두명의 포터를 위로도 할겸 히말라야 토종닭 두마리를 주문 했었다.
내나라 금액으로 계산하면
하룻밤 숙박비는 오천원
닭 한마리는 삼만오천원...
아주 늦은 시간까지 식당에 불밝혀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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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덕분에 내나라에서 들을 수 없는 닭의 긴 목청으로 새볔이 되고
히말라야 연봉 위로 불끈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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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에 적을 두신 채
오년전 부터 사진 속 수행처를 마련 하시고 정진 중 이시라는 정보 스님을 만났다.
이른 시간 불쑥
한사람으로 그만인 방안에 기어이 비집고 들어가
액자 같은 창에 담긴 안나푸르나를 차 한잔이 다 식도록 바라보고만 있었지,
하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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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을 발라 만든 화덕,
사진으로 가늠되는 크기와 관계없이 실제 크기는 냄비 하나를 올려 놓으면 그만,
크기가 이러하니 냄비 물 하나를 데우는데 마른 삭정이 몇개면 가능했다.
최고 이상의 더...를 욕심내지 않는 삶
자연을 활용함에 사람의 힘 이상의 것을 사용해서 자연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힘 만큼으로
자연속에 어울려 얻고 기대고 되돌려 주는 순박한 삶
그들의 생활 속에는
최소를 최선으로 끌어안는 지혜가 있어 곤궁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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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당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주방장께서는
그런대로의 의사 소통외에 왼갖 한국 양념을 끌어 안고 있다가
직접 식사 준비를 하는 우리들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금 추워 보이는 옷 차림 때문에 결국 아내는 다운 파카를 벗어 주고 말았다.
뿐인가
사진 속 포터인 라지와 데벤드라,
이번이 세번째 포터 일 이라는 스물아홉의 데벤드라(데바인드라=신들의 왕)는 얇은 트레이닝 차림이어서
내 패딩 점퍼조차 벗어주고 말았다.
돈 받고 하는 일, 즤들이 알아서 하는 일인데...의 볼멘 소리도 있었지만
일에 대한 미안함이 아니라
늘 웃음기 담긴 그 얼굴 속에서 함께 행복하고 싶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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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황홀해서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그만 찔끔 울어 버릴 것 같은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는
하산길 내내 등 뒤에서 하얗고 시린 모습으로 동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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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해 불가의 풍경
능선의 길은 그렇다 치고
능선의 집과 능선의 마을과 능선의 학교와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거나 올려다 보이는 계단식 논과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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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하나가 베어졌다.
그 나무 둥치를 옮겨 사각형의 기둥을 만들고 기둥을 만드는 동안 떨어져 나온 나뭇조각들은
작은 화덕의 연료가 되어 알뜰 살뜰하게 사람과 어울려 사는 삶,
버림도 넘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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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하산길을 앞장 서 주신 정보 스님,
한시간 넘는 힘겨운 하산길 내내 보이는 곳곳과 낯선 것들을 알려 주시고는
다시 오름길로 되돌아 가셨다.
두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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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를 둘러보며 역사적으로 유물을 어루만져 보는 일 보다 더 값 있을 사람의 살이
생각이 이렇다 보니 내게는 온통 낯선 그니들의 일상 속에 불쑥 뛰어드는 망나니 짓을 하게 된다.
망치질이 아닌 저녘 식사 준비로 짜파티에 들어 갈 것을 준비 중이시라는 할머니 곁에 다가가
기어이 망치를 뺏어 들었다.
통하지 않는 말이거니 제각각의 수다 끝에
할머니는 맨발로 덩실 춤을 추었다.
흙먼지가 풀풀 이는 담푸스 마을 길가에 앉아 하염없이 차를 기다리는 동안
점심 때를 놓친 우리들은 아주 작은 간판 아래 옹크리듯 숨어있는 촌동네 빵집을 하나 찾았는데
이 빵집 빵맛이 화장기 없는 이나라 여인네 얼굴처럼 순수하기 그지 없었음으로
빵 한봉지와 찌아 한잔씩으로 길바닥 점심을 해결하며 우리는 소풍 나온 아이들 처럼 유쾌 명랑 하였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
그러나 그 안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빛과 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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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 포카라,
오후의 늦은 햇살이 길게 엎드려 있는 호텔 로비에 모두들 햇살처럼 늘어져 있는데
꽃 같은 사람들,
오늘 막 결혼한 신랑은 열여섯살, 신부는 열 아홉살 이란다.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