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처서를 경계함,

햇꿈둥지 2019. 8. 23. 19:29

 

 

 

 

 

#.

옥수수와 감자를 거두어

대처 살이의 형제들

그리고

아이들과의 나눔은 흡족하고 넉넉해서

어줍잖은 농사일이나마 잠시 우쭐 할 수 있었다.

 

#.

여름을 나는 일은

장마의 힘을 빌어 마음대로 자란 풀들의 정리와

 

#.

저급한 체력의 한계선을 무시한 결과로

이곳 저곳 병원을 돌아치

계획에 없던 애먼 일들로 힘겨웠다.

 

#.

정신일도하사불성의 결기는

정신일도인사불성의 결과를 빚었음에도

 

#.

때를 놓쳐 억세어진 옥수수 알갱이를

손 부르트도록 떼어 말린다.

 

#.

맷돌을 돌려 

거친 밥을 지어 볼 생각,

 

#.

도깨비 세상이 되기 이전,

산골 집집마다의 남루한 밥상에는

거친 밥사발들이 공손히 차려졌을 것,

 

#.

그 흑백의 기억들이 더운 김으로 오르는

빈한한 밥상 앞에 앉아 보고 싶어서이다.

 

#.

이제

감자를 거두어 비어진 자리에 무 씨를 넣고

이런 저런 김장 소채들을 뿌려야 할 때,

 

#.

계절은 여전히

봄 부터 엄정한 사계로 운행 되고 있건만

산골짜기 들어 사는 마음엔

더운 여름과 날 선 겨울만 대별 될 뿐,

 

#.

연일

밤 뜨락에 반딪불이 명멸하고

섬돌 틈새 낭낭한 풀벌레 소리,

 

#.

처서는

본디의 제 뜻에 더 해

여름과 가을의 분명한 구별선이 된다.

 

#.

마음깃 단단히 여며

서툰 가을빛에

함부로 가슴 속살을 베이지는 말아야한다고

다짐에 다짐은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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