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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늦은 날부터
밤마다 반딪불이와 노니는 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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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이 후
어둠 속 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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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순수한
연두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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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어르고 달래어 얻은 사진이
겨우 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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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마다
나라를 구하고 오시는지
12시쯤의 깊은 시간에
창 밖에서 밥 달라 조르기 일쑤인 고양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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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따기 세번째
기어이 햇볕 말림을 하겠노라는 우리의 의지는
한밤에 내린 가랑비로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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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밑 옹크린 자세로 하안거에 드셨던
늙다리 건조기 한대
있는 힘을 모아 모아 고추 말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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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조금 스산해지고
추녀끝 풍경들이 자꾸 수다스러워 질 때
아침마다 이슬 흥건해지고
하늘 가득 고추잠자리 바람처럼 가볍게 날 때
조금 헐거워 보이는 초록 틈새 매미 소리가
어쩐지 힘없게 들릴 때
특정 할 수 없는 누군가가
조금씩 그리워 질 때
그리하여
씰데없이 전화라도 한통 때리고 싶어 질 때
그러나
사람도 전화번호도 생각나지 않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게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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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갈피마다
진단도 처방도 없는 외로운 가을이
칼날처럼 들어서곤 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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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곧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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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대처에서는
세상의 완장을 앞에 놓고
개구리 울 듯 시끄러운 모양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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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부터
찐하게 가을스러운 달,
사람을 그리워 하여
서툰 사랑이나마 고백하고 싶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