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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뜨락이
마당이
온 세상이 온통 황달끼에 들떠 있다
송홧가루다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는
문설주에 기대어 재채기만 날리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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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르고 서툰 농사 솜씨는 도대체 숨길 방법이 없다
묘종으로 키워 이식 하겠노라고 묘판 상토 위에 넣은 이런 저런 채소의 씨앗들이 드디어 싹을 틔우기 시작 했는데
하나
둘
셋
넷...
말부랄 털나듯...실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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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화려한
가장 폼나는 색감으로 요란하던 산골짜기 오막살이 뜨락의 봄잔치가 끝났다
긴 겨울의 삭풍과 추위를 견디며 준비했던 형형색색의 꽃잎들,
한번의 비와
한번의 바람결에
우수수
4월을 건너 5월에 발을 딛던 날
찬물에 번지는 자줏빛 잉크 같은 라일락 향기만 고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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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상추와 겨자채와 꽈리 고추와...몇몇 묘종을 사 들였다
키움의 정성 없이
오로지 먹이에만 마음 끈을 늘인 섣부른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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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물 속 허리 굽은 물고기 처럼
흐린 세상 허리 굽은 노인들 가슴에 꽃한송이씩이 매달려 있었다
어버이 날,
살아 온 날도
살아 낸 몸뚱이도 온통 무채색 이건만
하루 반짝
불꽃 같은 카네이션이여...
눈물나게 기억되는 어버이만 있고
눈물나게 기억하는 자식은 없는
참 개떡 같은 Day여~
꽃도 사람도 눈물겨운 어버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