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일장춘몽

햇꿈둥지 2008. 5. 8. 11:05

 

 

 

 #.

차가

뜨락이

마당이

온 세상이 온통 황달끼에 들떠 있다

송홧가루다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는

문설주에 기대어 재채기만 날리고 있을 것 같다

 

#.

섣부르고 서툰 농사 솜씨는 도대체 숨길 방법이 없다

묘종으로 키워 이식 하겠노라고 묘판 상토 위에 넣은 이런 저런 채소의 씨앗들이 드디어 싹을 틔우기 시작 했는데

하나

넷...

 

말부랄 털나듯...실감 한다...

 

#.

가장 화려한

가장 폼나는 색감으로 요란하던 산골짜기 오막살이 뜨락의 봄잔치가 끝났다

긴 겨울의 삭풍과 추위를 견디며 준비했던 형형색색의 꽃잎들,

 

한번의 비와

한번의 바람결에

우수수

4월을 건너 5월에 발을 딛던 날

찬물에 번지는 자줏빛 잉크 같은 라일락 향기만 고독하고...

 

#.

결국

상추와 겨자채와 꽈리 고추와...몇몇 묘종을 사 들였다

 

키움의 정성 없이

오로지 먹이에만 마음 끈을 늘인 섣부른 욕심쟁이...

 

#.

흐린 물 속 허리 굽은 물고기 처럼

흐린 세상 허리 굽은 노인들 가슴에 꽃한송이씩이 매달려 있었다

 

어버이 날,

 

살아 온 날도

살아 낸 몸뚱이도 온통 무채색 이건만

하루 반짝

불꽃 같은 카네이션이여...

 

눈물나게 기억되는 어버이만 있고

눈물나게 기억하는 자식은 없는

참 개떡 같은 Day여~

 

꽃도 사람도 눈물겨운 어버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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