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이남박지처

햇꿈둥지 2012. 6. 25. 12:58

 

 

 

 

 

 

#.

하지가 지났다

더위를 품은 몇몇 절기들이 늘어 서 있지만

이젠 밤의 길이를 늘여

겨울로 가는 날들,

 

#.

낯선 손님같은 비가

아주 잠깐 내렸다

 

비설거지 동동걸음을 채 마치기도 전에 그쳐 버린

몇 방울의 비,

 

가뭄 중에 약 올리기 까지 하여

밭 말리고 속 태우고... 

 

#.

주말에 아들래미 회사 동료들이 떼거리로 온다하여

마당 잔디를 깎고

정자 청소

새 이불 준비

불 피울 장작을 준비하고

이것 정리

저것 준비

 

품 떠나 대처살이를 하는 새끼조차 손님되어 오시는가???

 

#.

언제 먹게 되려나?...

 

조바심 섞어 뿌려 두었던 온갖 소채들이

가뭄 속에서도 잎너르게 자라 올라

엇갈이 배추를 뽑아 겉절이로 무쳐 먹고

상추에 더해 갓잎으로 쌈을 싸고

이것 저것 이놈 저놈을 짬뽕으로 섞어 비빈 이남박 속에서

아내와 이마 부딪히며 깔깔거리던 한낮

 

조강 비빔의 이남박지처 

 

#.

척박한 밭둑에 심겨진 호박이 잎조차 펴지 못한채 지지리궁상 이길래

무슨 힘으로 호박을 키우랴?...싶어

조롱조롱 매달린 몇개를 일찌감치 따냈고

어둔 밥상에 오른 그 맛,

 

조장되지 않은 흙의 맛

맛의 본질이란 이런게 아닐까?

호들갑 섞은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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