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은총, 넘쳤나이다

햇꿈둥지 2012. 7. 9. 10:18

 

 

 

 

 

 

#.

쓰레기차 피 하다가 똥차에 치인다더니

가물디 가문 날들마다 혀 빼어 물고

비...염불을 했더니

호,우,경,보 속에 몰빵의 은총을 베푸셔서는

하룻밤 하루낮 동안 지붕이 얼얼 하도록 퍼 부어 주신 결과

이장네 밭의 배추들은 넘치는 은총을 감당치 못한채 떠내려가 버리고

산발한 풀들만 점령군의 깃발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

두어시간 뒤면 그리운 님들 당도 하신다는데

이런 환장수,

물이 나오지 않는다

 

여기저기 이렇게 저렇게 진단 결과

샘물로 넘쳐 든 계곡 물의 부유물들이 연결 부위의 관경을 잠시 막았던 것

쪽집게 박수 염병 고치듯이 후닥닥 해결하고

 

#.

비닐하우스 양쪽 헛골에 골고루 뿌려둔

상추

열무

아욱은 볼 품 없이 장대한 풀만 밀림지경이라

아내와 힘을 합쳐 뽑고 뽑아 이제 서로의 간격이 오십센티쯤...

얼른 쫑을 치고 시원하게 등목을 하리라...인데

총 맞은 멧돼지 비명을 능가하는 아내의 비명,

상황 파악은 잠시 뒤에 하더라도 일단 튀고 보자

순식간에 비닐하우스 밖으로 튕겨 나가 상황을 관조해 보니

뱀이 나타난 것,

그것도 손 닿을 만큼 가까이에서...

아내 보다 더 빠르게, 더 멀리 튄 쪽팔림을 만회 하고자 상황 정리

 

-다시 얘기 하건데 임자 있는 여자 놀라게 하면 이렇게 되는 것이여... 

 

#.

한참의 비워진 시간 끝에 만나진 님들

모임의 이름은 음주가무회 이건만

음주도

가무도

이젠 년식에 의해 시들해 짐으로써

오물 오물 치악의 어둠 한조각씩을 베어 먹은 뒤 

각각 까무러치시도다

 

#.

"인간은 도구를 만드는 동물이다 - 프랭크린?-"

비닐하우스 안의 고추들은 늦었거니 장하게 일어서서 주렁주렁 고추들을 매달기 시작 했는데

이런 싸가지 없는 것들...

중간 두어개 쯤에서 시작한 진딧물들이 유격 훈련하듯 고추 사이에 매어준 지짓줄을 이용하여

옮기고

옮기고

퍼지고...이놈들의 이동 도구가 되고 말았다

저녁 해넘이 무렵

등짐 분무기를 이용하여 진딧물 약을 뿌려 주었다 흠뻑, 뻑 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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