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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비,
산발한 나무들이 물기 젖은 몸을 흔들어
등짝 큰 산을 깨우는 신새벽,
#. 새들의 안부조차 두절 #. 쌍둥이들 손잡고 나선 우중 나들이 길, 재넘어 주천의 연꽃들은 흐린 하늘 속이거니 화들짝 #. 예쁜 그릇과 이불과 이걸 고르고 저걸 사 들이고 혼수 준비로 티격태격 중에도 엄마와 딸 참 예쁘다 #. 비로 질척한 틈새 비닐하우스 안 고춧가지에 진딧물이 앉고도 병반이 돌기 시작 했으므로
빗속 너른 창가에 매달려 독작의 술을 치다
낭만 제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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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조차 낙수 되어
이윽고 저무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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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여 고르고 피하던 억지 섭생의 결과인지
의사의 권고,
"저콜레스테롤 입니다 고기를 좀 드시지요"
-저콜레스테롤? 고기는 지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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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초록 어둠에 묻힌 뒤
바람도 정숙하여 진공이 되고마는 시간
부질없는 사람의 일들로
또 하루를 탕진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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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
새로이 문을 열었다는 대형 판매점은 북새통 이었다
물 젖은 길을 열어
가난하되 꼭 필요한 만큼의 소채와 초록 먹을거리를 얻은 텃밭
소소한 여유는 사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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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실 넘실 물길 따라
칠월 열닷새의 날들 둥실둥실 흘러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