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낭만제조소

햇꿈둥지 2012. 7. 16. 16:46

 

 

 

 

 

 

 

#.

연일 비,

산발한 나무들이 물기 젖은 몸을 흔들어

등짝 큰 산을 깨우는 신새벽,

 

#.

새들의 안부조차 두절

 

#.

쌍둥이들 손잡고 나선 우중 나들이 길,

재넘어 주천의 연꽃들은 흐린 하늘 속이거니

화들짝 

 

#.

예쁜 그릇과 이불과

이걸 고르고 저걸 사 들이고

 

혼수 준비로 티격태격 중에도

엄마와 딸

참 예쁘다

 

#.

비로 질척한 틈새

비닐하우스 안 고춧가지에 진딧물이 앉고도 병반이 돌기 시작 했으므로

땀 흘려 약 뿌리고 샘물 받아 몸 씻은 뒤

빗속 너른 창가에 매달려 독작의 술을 치다

 

낭만 제조소

 

#.

시간 조차 낙수 되어

이윽고 저무시도다

  

#.

의도하여 고르고 피하던 억지 섭생의 결과인지

의사의 권고,

 

"저콜레스테롤 입니다 고기를 좀 드시지요"

-저콜레스테롤?  고기는 지롤...

 

#.

산골 초록 어둠에 묻힌 뒤

바람도 정숙하여 진공이 되고마는 시간

 

부질없는 사람의 일들로

또 하루를 탕진 했구나

 

#.

낮 동안

새로이 문을 열었다는 대형 판매점은 북새통 이었다

 

물 젖은 길을 열어

가난하되 꼭 필요한 만큼의 소채와 초록 먹을거리를 얻은 텃밭

 

소소한 여유는 사은품,

 

#.

넘실 넘실 물길 따라

칠월 열닷새의 날들 둥실둥실 흘러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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