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어쩌다가 휴일

햇꿈둥지 2009. 11. 1. 11:45

 

 

 

 

연중 무휴의 뺑뺑이 시골살이

일 없어 쉴 수 있는 날이 있을까?

하늘의 도움 아니면

하늘을 빙자한 땡땡이라야 겨우 틈새가 생기는 걸

 

그날도 아내는

"오후 부터나 비가 온다니 오전엔 고추 마저 따고..."

따고... 그 뒤로 줄줄이 늘어 서 있거나

따고...의 상황 진행 중에 눈에 띄는 어떤 일 이든지 순서에 관계없이 기어이 해 치워야 하는 일의 목록이 줄줄이 만들어지고 만다는 걸 모를리 없으나

평일의 5일 동안은 밥 벌어 먹고 사는 일로 진이 빠지고

이틀의 휴일은 마당쇠 노릇으로 진이 빠지고 있으니

연중무휴

맘 먹고의 땡땡이가 아니면 무슨 수로 시간이 난단 말인가...

 

하여

 

 

오라시거나 말거나

기다리시거나 말거나

좋아하시거나 말거나

 

가을 색 깊어서 더욱 정갈한 산골 뜨락을 두고도 기어이 뒷산엘 올라

쐬주 한병 막걸리 한병

더하여

돌탑으로 에워 싼 압력솥 속에 닭 두마리가 익는 동안

가을비 오락가락

 

비 보다 앞 서서 나뭇잎들 속절없이 쏟아지는 산 중에

노숙자?

산숙자?

 

어쨌거나

두 숙자...

  

 

빗방울에 등 떠밀려

흔들 흔들

휘청 휘청

산품을 벗어나던 시간

 

기어이

가을비 촉촉 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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