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실향 시대

햇꿈둥지 2018. 2. 13. 17:19






#.

다시 마을 입구에

고향 방문을 환영 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렸으므로


#.

이 터전을 고향 삼아

죽어 묻히리라고 들어와

고향이다 싶을 정도의 시간을 복작거린 나를

다시 객창감에 젖게 했다.


#.

허긴

모처럼 고향을 찾아

여관에 몸을 뉘워야 하는 시대

오래 전 부터 이미 실향이다.


#.

간혹의 손님이라야 허리 굽은 노인들이 더 많은 시골 마트는

낯 모르고 다릿심 좋은 사람들로 번잡해지기 시작했고 


#.

산 속 마을

지붕 낮은 집들마다

늦도록 불 밝혀 음식을 장만 하는 일,

열린 대문보다 더 활짝

마음의 문은 이미 열어 두었다.


#.

시집에를 올 일이면

최대한 미적거림 끝에 당도 했다가 총알 같이 돌아가고

친정에를 갈 일이면

총알 같이 달려 갔다가 최대한 느린걸음으로 돌아와야 하는

대를 잇는 공식,


#.

나 또한 이 공식의 실천 세대였으니

이해하고 말고


#.

바쁘면 안와도 된다는 뻔한 말에

"전은 제가 해야 되는 일..."이란 대답으로 충분히 감격스러웠기에

                                                       - 전 이라면 교회 전도사님을 뵙고 공부 좀 하고 와 

                                                       - 교회 전도사님은 왜요?

                                                       - 전 도사 라니까... 


#.

덩그러니 버려질 늙은 사람들끼리 뭉쳐야 한다고

차례 지내기 바쁘게 친정으로 처가로 달려갈 아이들 보다 앞서서

다섯 처제들이 이곳으로 모인다고 했다.


#.

아이들에겐 이변

내게는 참변,


#.

그렇게 성큼

설이 닥아 왔습니다.

모든님들 마음 가득

행복

차고도 넘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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