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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을 입구에
고향 방문을 환영 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렸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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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터전을 고향 삼아
죽어 묻히리라고 들어와
고향이다 싶을 정도의 시간을 복작거린 나를
다시 객창감에 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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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긴
모처럼 고향을 찾아
여관에 몸을 뉘워야 하는 시대
오래 전 부터 이미 실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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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의 손님이라야 허리 굽은 노인들이 더 많은 시골 마트는
낯 모르고 다릿심 좋은 사람들로 번잡해지기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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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마을
지붕 낮은 집들마다
늦도록 불 밝혀 음식을 장만 하는 일,
열린 대문보다 더 활짝
마음의 문은 이미 열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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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를 올 일이면
최대한 미적거림 끝에 당도 했다가 총알 같이 돌아가고
친정에를 갈 일이면
총알 같이 달려 갔다가 최대한 느린걸음으로 돌아와야 하는
대를 잇는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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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이 공식의 실천 세대였으니
이해하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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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면 안와도 된다는 뻔한 말에
"전은 제가 해야 되는 일..."이란 대답으로 충분히 감격스러웠기에
- 전 이라면 교회 전도사님을 뵙고 공부 좀 하고 와
- 교회 전도사님은 왜요?
- 전 도사 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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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그러니 버려질 늙은 사람들끼리 뭉쳐야 한다고
차례 지내기 바쁘게 친정으로 처가로 달려갈 아이들 보다 앞서서
다섯 처제들이 이곳으로 모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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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겐 이변
내게는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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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성큼
설이 닥아 왔습니다.
모든님들 마음 가득
행복
차고도 넘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