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복수초를 꿈꾸다

햇꿈둥지 2018. 2. 9. 18:04








#.

박제된 것 같은 산골의 하루 하루가

바람처럼 흘러 어느새 2월도 아흐레,


#.

지난 한해동안

승홍수에 찌들었던 몸과 마음을

다시 묵향에 적시기로 하여

묵혀 두었던 붓과 종이 위의 먼지를 털어낸다.


#.

단조한 일상은 쉽게 깨어질 뿐더러

별것 아닌 일 하나가 새로이 생기면

괜스레 허둥대게 되는 백수증세,


#.

겨울 동안은 충분히 게을렀으므로

날짜도 요일도 무시한 채

동면하는 짐승처럼 산중 누옥에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

달력의 일주일은

일요일 부터 시작된다.


#.

일 한 뒤에 쉬는 것이 아니라

쉬어야 일 할 수 있다는 것,


#.

일 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는 성서의 말씀

먹지 않았거든 일 하지 말라...로 고쳐야 하지 않을까?


#.

산 추위에 강 추위 까지

계속되던 혹한의 날씨가 제풀에 지쳐 변덕처럼 포근했던 한낮,

뒷산 오름길은 살짝 덥기까지 했었다.


#.

길었던 겨울 추위에

몸도 마음도 순치 되었던 탓일까?


#.

이 저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산속 깊은 곳 에서는

혹독하게 추웠던 허공을 향해

화해처럼 손 내민 복수초가 피고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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