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신년벽두의 헷소리

햇꿈둥지 2006. 1. 3. 14:03

 

 

 

 

욕쟁이 내 어머니가 오늘날까지 살아 계셔서 이 등잔불을 보셨다면

 

"즌기불 훠언~ 하게 켜 노쿠 세구지름 아깝게 저건 왜 켜노쿠 지랄이여~"

뭐 이쯤의 표현으로 대갈일성 하셨을 것이 분명하다

 

어찌됐거나 이런저런 전등을 다시 손질해 달아 놓았음에도 그 맛대가리 없는 밝음에 대번 식상해서 한다는 지랄이 똑같은 등잔 두개를 준비해서 심지 돋궈 여린 불빛을 당겨 놓은 후

흔들리는 불빛 아래서 따끈한 정종 대포 몇잔을 마셔 보기로 했다

 

알콜의 휘향에 코 끝이 싸아~ 하기도 할 뿐더러

폼 나게도 취하는구나

일상에 쩔어 딱지 앉은 가심팍이여~

 

(내 멋대로 중략~)

 

출근 길은

아니

코딱지 만한 내 차는

언제든지 아파트 주차장만 벗어나면 어디로 갈지가 뻔히 정해져 있음에도

늘상 외통수에 걸리고 말았었다

앞으로도

뒤로도

옆으로도 갈 수 없는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출구는 어제처럼 앞차의 꽁무니 뿐이었다

 

빨리 달리고자 하는 욕망으로 스스로 갇혀 버린 가여운 사람들...

 

아파트에 의해 사각의 스카이 라인을 가진 하늘이 놀빛에 쩔어 버리면

그 아파트 무더기를 지나서

또 다른 아파트 무더기를 지나고

또 또 다른 아파트 무더기를 돌아서면

그와 똑같은 아파트 무더기 속에 내 집이 있어서

나는 매일 저녘마다 적층의 아파트 채 만한 일상의 짐을 어깨 가득 얹어 들이고 있었다

 

공동주택 이라니?

 

방도 따로 있고

주방도 따로 있고

거실도 따로 있고

화장실도 따로 있으므로

앞 집과

옆 집과

윗 집과

아랫 집이

죽거나

살거나

먹거나

굶거나

말거나...

신경 쓸 거 하나도 없고

오로지 달팽이 처럼 들어 앉아 나 하나 자알~ 살면 그만인 이 따위 비인간적이며 폐쇄적인 공간이 무엇 때문에 '공동주택' 이라는거야?

 

때려 치우고

팔아 치워서

궂은비 내리는 날 가난한 도시의 짐을 끌어 안고 이 산속엘 들어

흙으로 어린 누옥에 누워서 비로소

 

나는 공동주택에 살고 있음을 깨우친다

 

지난 일요일에는 마을회관에 늙은이 젊은이 모여 앉아 떡국을 나누어 먹었고

어제 저녘엔 우라지게도 쌈박질 했던 순자네와 김씨네를 화해 시키려 마을 모두 모여 술잔을 돌렸으므로

네 집은 저 골짜기

내 집은 이 골짜기 일 망정

우리 모두는 분명히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거라네...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날에는...  (0) 2006.01.19
접근금지 해제  (0) 2006.01.12
한해의 인연을 더 합니다  (0) 2005.12.30
메리크리스마스~  (0) 2005.12.23
메주는 예뻤다  (0) 200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