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낮잠에 빠져들 무렵쯤 쐬주나 한잔 하자는 스테파노의 전화가 왔어
우리가 언제 만났었지?
그 분명치 않은 기억은 미안함이 되어 달콤한 낮잠을 버린채 술상을 마주하고 앉았지
머리 앞 부분에 부쩍 흰머리 많아진 사십대 후반의 그를
푸른 청춘 휘날리며 용감무쌍하게 포크레인을 다루던 삼십대 초반쯤에 만났었지
술이 취하기 전에는 최대한 도덕적 언어를 사용 하다가 한잔 두잔 술잔이 비워지다 보면 슬그머니 자기의 현장판 일상언어로 갈아 치우는 그는
제법 괜찮은 현장이 생겨서 찾아 갔더니
"씨발놈들이 아 글쎄 하루 지급하는 기름 만큼씩 일을 하라고 하는데 그게 일 이래유? 좆두 사기꾼들이 하는 일이지..."
세상살이 개뿔도 모르는 나는 취한 대갈빡에 한참 동안이나 씨발과 좆도 등 등의 시원한 양념 단어들이 버무려진 그의 설명을 주워 담은 뒤에야 비로소
그렇구나 그렇구나 이런 빙신도 있구나
아 그까짓거 적당히 땡땡이도 치다가 남은 기름은 슬그머니 � 차에다 붓고는 오늘 일 다 했소...이러면 될 걸 말이지...
승질 머리에 드런 꼴 보기 싫다고 그 현장 일은 패대기 쳐 버렸다잖아
예쁘고 살림 잘 하는 마누라 소피아 처럼
앙큼 내숭이 그 동네에서 제일 왕 이라는 예쁜 딸래미 글라라 처럼 꼬박 꼬박 성당엘 가지는 않지만
마누라 앞이건 딸 앞이건 어디건 관계없이 씨발 좆도를 쏟아내며 살지만
그의 사는 날들이 이렇게 반듯하고 향기로와서
나는 스테파노와 술에 취한 날이면
꽃 향기에 흠뻑 취한듯 잠들곤 한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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