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소동(騷動)으로 대동(大同)

햇꿈둥지 2012. 12. 17. 10:26

 

 

 

 

 

 

 

한해를 정리해야 할 이때쯤이면 마을에는 정례적인 회의가 열린다.

 

그렇게들 모여앉아 한해의 노고를 서로 위무하고 새해 마을단위 계획을 듣기도 하는 자리

일년동안 마을을 위해 애쓸 반장을 새로히 뽑고 여기에 더해

부녀회장, 노인회장, 대동계장 등 등 등에 "부"직함을 앞세워 널린 자리 까지이니

싸움나도 말릴 사람 하나없는 산골 마을에 온통 감투 쓴 사람 투성이라

한해 마을살림을 결산하고

새로 마을 주민이 되신 분들의 상견례겸

"인사 비용"으로 이름 붙여진 30만원쯤의 그야말로 텃세를 징수하기도 하는 날인데

이날 사단은 이랬다   

저 위 웃새골 비워진 집에 반풍수 처사님 한분이 무슨무슨정사...라고 이름지은 암자 하나를 들여 놓고

스스로 칭 하기를 스님이라 하시던 차 

이날 마땅히 마을사람 모인 자리에 강림 하시어 서로 손잡아 수인사 나누시고

곡차 여러순배와 기름진 음식으로 흠향 하시던 중 

한해동안 마을 노인회장의 중책을 맡아 오셨던 김 아무개씨의 텃세 징수 발언에 따른

"시방은 사정이 여의치 않으므로 부처님 공덕으로 패가 풀리고 나면 일시납 하겠노라"는 대답에

발끈하신 이 양반,

거르고 말고 할 것 없는 평상시 말투에 홈어드벤테이지를 승깔로 십분 엎그레이드 하신 채 

"돈 한푼 없는 똥개같은 새끼"라고 일갈 하심에

개 중에서도 특정 부류의 하급개로 분류됨에 비분 강개하신 이 스님,

앞뒤 가릴 것 없이 칠십 넘은 이 양반을 향해 "개새끼"라는 육두문자 설법으로 화답 하므로써

마을 대동계는 이런저런 소동과 소동의 합으로 대동의 성황을 이루었다고 하더라

 

사람이 세상에 목숨과 이름을 받고 나와

제 몸 속을 닦고(修身)

자란 몸으로는 일가를 이루어 바르게 다스려 나가는 일(齊家)까지야 범부에게도 숙명의 과제가 될 일이니

위신(威信)이란 것도 밖에서의 대접이 아닌 안으로 다져야 할 스스로의 몫 이어야겠다고 생각하거늘

살면서 쌓여가는 나이도 나이거니와 

많지 않은 사람들이 가슴 비비며 살아야 하는 시골 마을에 이것보다 더 민망한 일이 있을까...

 

사람의 일로 툭하면 사람이 상하고 마는 요즘,

사랑 할 수 있음으로 만물의 영장이리라고 굳게 믿던 마음속 생채기를

겨우내 또 어떻게 다독거려야 할꼬?...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경우  (0) 2013.02.17
나 라서 다행이다  (0) 2013.02.04
표류 중  (0) 2012.12.11
길 위에 길을 열다  (0) 2012.12.09
강추위  (0) 2012.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