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봄 멀미

햇꿈둥지 2007. 4. 18. 11:28

 

 

 

 

 

봄 햇살이 퍼지기 전 부터

텃밭 귀퉁이며 마당가를 가릴 것 없이

빼곡하게 씨앗들이 뿌려지고

새순이 제법 울창해지면

일제히 붉은 꽃들을 피우기 시작 했었다

 

사르비아며

활연화며

 

그이의 꽃 가꾸기는

취미로 보다는

영영 갈색 일변도인 당신의 생에 대한 저항 이었으며

일찍 곁을 떠난 서방님의 영혼을 부르는 행위로 보였었다

 

싸리꽃 백발로 흐드러진 들판에 서서

나는 곧잘 울곤 한다

 

염습을 하며

가볍게

너무도 가볍게 들어지던 그이의 백발 뿐인 머리

그 정갈했던 가리마

 

싸리꽃 흐드러진 내 밭에 서면

꽃 향기가 아닌

그이의 머릿결에서 풍겨지던 아주까리 기름 냄새로

한움쿰의 현기증과 뒤섞인

 

그이를 느끼곤 한다

 

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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