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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 살듯 사는 날들
책 읽기로 욱신한 허리를 펼 겸 마당을 한 바퀴 돌면
취와 참나물이며 이런저런 먹을거리들이
화수분으로 솟아오르고 있어서
초록 기름진 산골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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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초롱이와
이제 제자리를 잡아가는 백두는
놀이 같기도 하고
싸움 같기도 한 달음박질로
산골 하루를 뒤집어 놓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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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는 놀아 달라고 쫓아가고
고양이는 싫다고 도망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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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는
잎 틔우며 꽃 피워서
허공이 온통 꽃들로 가득하다
잎마다 꽃 더불어 피는 걸 이제야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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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바람,
밤낮없이 풍경의 비명을 들어야 했건만
낮 동안의 헝클어진 바람 속에
벚꽃잎 우수수 맴돌기를 하다가
주먹 덩이만 한 눈송이가 쏟아지기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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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겨울스러운
산골짜기의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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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덕분에
다시 삼국지,
연의가 아닌 인물마다의 지(志)와 전(傳)을
더 하거나 비 하여 읽는 또 다른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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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한바퀴 돌아
책상 앞에 앉았더니
바람에 떨어져 머리 위에 매달렸던 작은 꽃송이 두 개
바람처럼 향기 앞 세워 떨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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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희 집에서는 한 번도 주무시지 않느냐는 며느리의 소원대로
서울의 1박을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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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신 며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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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에 초록 순을 올린
온갖 것들의 머리채를 몽땅 쥐어뜯어
바리바리 보자기에 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