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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의 집 오름 길에 먼지가 일만큼 가물더니
모처럼 비 오신다기에
가득한 기대로 기다렸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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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는 창대 하였으나
내린 비는 미약하였으므로
여전한 목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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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 후에 옷을 갈아입으려 했을 뿐인데
삐그덕
허리 한 복판에 담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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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기력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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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돌아가시고
이웃 도시에 남겨진 집을 정리하기로 했다
내 집 건사의 힘겨움에
더하기의 일이 감당불가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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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비어 있는 그 집을 열없이 한 바퀴 둘러보고 돌아선 길
어쩐지 남의 손길에 어머니를 넘긴듯해
자꾸자꾸 죄송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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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산
뒷 산
옆 산
열거하다 보니 이 산 저 산을 나누어 부를 일이 아니다
내 있는 자리
매일의 잠드는 자리가 산속 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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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속에
벚나무는 꽃등으로 밝아지고
온통의 가지마다 연두 나긋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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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서 구르듯 내려서는 바람결마다
초록 휘향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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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는 저녁
마당을 한 바퀴 도는 일 만으로도
더 이상 행복할 수가 없으니
산골 살이 죽는소리 할 것 1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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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남은 밭들을 곱게 갈아
옥수수 심고 고추 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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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 코딱지 밭에
눈개승마가 딱 좋을 만큼 일어섰으니
내일은
나눔이 될 만큼 장아찌를 담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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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 활짝 펼친
봄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