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린 다음 날
행장을 꾸렸다
저 아래
아직 고운 바람결이 초록을 품에 안고 파도를 만드는 마을
한가로운 소의 등 넘어로 너른 물길이 있는 곳
나무 한그루 없이 갈기 세운 바람만 부는데
섬을 다 돌아도 차 한대 겨우 다닐 좁은 길위로는
렌터카에 ATV며 스쿠터 까지...
조용하던 우도 가득
도회를 빠져 나온 소요가 넘쳐 나고 있었다
막 물질을 끝낸 바다할머니 짐을 들어 드린다는 것이 집안 방문으로 까지 이어져서
마당가에 아무렇게나 둘러 앉아 썰어 주신 자연산 홍삼 맛도 보았다
외롭고 곤비하실 살림에도 불구하고
훨씬 기름지고 따듯한 마음 나누심에 발길 가벼웠다
이른 새볔
위미 앞바다에 떠 오르는 햇님을 훔친 죄로
한짐의 감기를 얻어 남은 날 내내 고생했다
걷는 길가마다
불쑥 손 내밀면 닿을 거리에 감귤이 익어 있었는데
적지 않은 가지마다 귤을 따낸 흔적
심어 가꾼 사람만이 거둘 수 있는 일을
함부로 욕심내는 일은 없어야겠다
제주만의 초가집
제주만의 돌담은
이제 넘쳐나는 손님들을 유혹하기 위한 펜션과 간판들 뒤로 가리워지고 있었다
3박4일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걸었다
제주를 삼다도라고 했던가?
바람,
돌,
여자...
돌아 와 짐을 푸는데
어쩐 인심들은 그리도 가득 담겨 있든지...
[ 글 밖의 글 ]
이틀을 걷고 난 뒤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 전화 했는데
그곳은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 라는 대답...
그 말씀에 이어 간곡히 설명 하기를
"이틀동안 X 빠지게 걸었으니 여자나 진배 없는데요..."
역시
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