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更年記

햇꿈둥지 2009. 11. 18. 21:12

 

 

 

 

겨울이다

 

아직

푸짐한 정도의 눈이 내리지는 않았으니 눈을 빌미로 겨울 엄살을 늘어 놓을 일은 아니겠으나 한파주의보가 내렸었고 샘가에 맑은 얼음이 얼었으며 여름 동안 함부로 열어 젖혀 두었던 문들을 옷깃보다 더 꼼꼼히 닫아 버렸으므로...

이미 난로를 피운지 꽤 여러날 이건만

장작간은 여전히 지난해 쓰고 남은 장작개비 몇개를 끌어 안은채 빈한하고

마당가에 쌓여 있는 통나무들은 손질의 여가도 의욕도 없다

말하자면

시골살이 열다섯해의 갱년 증상인 셈이다.

지쳐 늘어진 것 이거나 털갈이 한번쯤으로 겨울 준비를 마치는 산짐승 정도로 진화 했거나 아니면 시골살이 열다섯해쯤의 문턱에서 "죽지는 않더라..."는 영악한 눈치 뿐인지도 모르겠다

의욕의 부재...

허긴 그동안의 의욕이란 것이 아무 알맹이 없는 노고뿐 이었음에 스스로 지쳐 자빠진건지도 모르겠지만 이쯤 계절의 틈새에서 독감처럼 어김없이 앓던 사람의 그리움 조차 움틀 기미가 없다는 것,

 

문명 이라고

문화라고 번지름하게 억지 지어진 도회의 온갖 것들에 경탄하지 않음처럼

이젠

별과 달과 주변의 어떤 것들에도 시골살이 처음의 걸음걸이 처럼 경탄하지 않음은 사실 시골살이에 대한 지침 보다는 겉봄이 아닌 속봄에 눈을 뜬 탓 이려니... 은근한 제자랑도 없지 않으나

산 중의 멧돼지가 단풍에 취하길 하랴

노루가 백설에 취하길 하랴...

 

어김없이

다시 다시 또 다시 이어지는 찰라와 순간과 시간과 계절과 달과 해의 차고 이울어짐이 반복 되거늘

更 이요

年 이면 됐지

굳이 기약 까지야 사람의 욕심일듯 싶으니

그저 넋두리 같은 조각글 남김에 뜻을 두어

記로 한다네...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이야기  (0) 2009.11.25
긴급 타전  (0) 2009.11.20
다시 꽃이 되어  (0) 2009.10.15
도를 넘지 않도록  (0) 2009.10.06
색동 달빛  (0) 200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