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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리 내리고 첫 얼음 얼던 날
삼월이는 다섯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난로에 불을 들이고도 종종걸음이 되는 날들인데
초산의 어미도
추위에 꽁 꽁 거리는 새끼들도 걱정
사람 해산바라지 하듯 미역국을 끓이고 난방을 해 주고 허술한 집 바람 구멍을
여며 주며 이름 지을 궁리를 했다
초복이
중복이
말복이
수육이
무침이
전골이...
내년 여름은 기운 넘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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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 정수리 부터 노을빛 단풍이 쏟아지고 있었다
딸놈 소원대로 치악을 넘기로 했다
성남리 에서 상원사를 거치고 남대봉을 경유하여 영원사로 내려 서는 길,
가을빛을 탐낸 왼갖 사람들
남대에서 영원사를 향해 내려 선 길은
온통 돌무지의 가파른 경사 길 이라서 올라 오는 이들의 거친 숨결도 힘 겹지만
내려 딛는 이들의 발목 통증도 여간 아니다
다음엔
사람 사서 올려 보내는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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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다
제 꼬임으로 비롯된 산행 이었건만
산행을 끝낼 무렵부터 전방위적 요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중 한가지,
오리 백숙을 사달라 하기에
다른 손님들 주문 받기에 바쁜 아주머니를 불러
"닭은 어떻게 셉니까?"
"한마리, 두마리...이렇게 세지요"
"그럼 오리는요?"
"뭐~ 오리도 한마리, 두마리 이렇게 세지요"
"아닙니다
오리를 셀 때는 오리, 십리, 시오리, 이십리...이렇게 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