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겨울 속으로

햇꿈둥지 2007. 10. 22. 09:43

 

 

 

#.

무서리 내리고 첫 얼음 얼던 날

삼월이는 다섯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난로에 불을 들이고도 종종걸음이 되는 날들인데

초산의 어미도

추위에 꽁 꽁 거리는 새끼들도 걱정

사람 해산바라지 하듯 미역국을 끓이고 난방을 해 주고 허술한 집 바람 구멍을

여며 주며 이름 지을 궁리를 했다

 

초복이

중복이

말복이

수육이

무침이

전골이... 

 

내년 여름은 기운 넘치겠다...

 

#.

치악 정수리 부터 노을빛 단풍이 쏟아지고 있었다

딸놈 소원대로 치악을 넘기로 했다

성남리 에서 상원사를 거치고 남대봉을 경유하여 영원사로 내려 서는 길,

가을빛을 탐낸 왼갖 사람들

남대에서 영원사를 향해 내려 선 길은

온통 돌무지의 가파른 경사 길 이라서 올라 오는 이들의 거친 숨결도 힘 겹지만

내려 딛는 이들의 발목 통증도 여간 아니다

 

다음엔

사람 사서 올려 보내는게 좋을 것 같다  

 

#.

이럴 줄 알았다

제 꼬임으로 비롯된 산행 이었건만

산행을 끝낼 무렵부터 전방위적 요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중 한가지,

오리 백숙을 사달라 하기에

 

다른 손님들 주문 받기에 바쁜 아주머니를 불러

 

"닭은 어떻게 셉니까?"

"한마리, 두마리...이렇게 세지요"

"그럼 오리는요?"

"뭐~ 오리도 한마리, 두마리 이렇게 세지요"

 

"아닙니다

 오리를 셀 때는 오리, 십리, 시오리, 이십리...이렇게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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