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驟雨不終日(취우부종일)

햇꿈둥지 2013. 7. 16. 09:56

 

 

 

 

#.

몇일째 나라의 위 아래를 넘나들던 장마는

몇일 전 부터 치악 척추에 무겁고 검은 구름을 걸쳐 놓은채

거친비를 쏟아 붓고 있었다.

 

#.

저 산 아래 도시들은

잠재적 수상 기능을 갖추고 있었던 걸까?

넘치고 잠기고 떠내려 가고...

흠뻑 물에 젖은 우리네 삶과 가난한 속살 같은 가재도구들,

 

#.

그러고도 또

200미리 가량 예보된 비,

마음부터 젖어든다.

 

#.

다시

저 감탕물빛이 맑아지고 계곡마다 찰랑한 물길이 만들어지면

그 물빛보다 더 푸르게 철없는 아우성도 흐를게다

 

휴가...

 

#.

도덕경에 구라 쳐 이르시기를

"온종일 내리는 소나기는 없다(驟雨不終日)"고 했는데

시대 따라 힘이 틀려지는걸까?

음향과 조명 효과를 곁들인

몇날 몇일의 거친 비,

 

#.

긴 빗속에서는 정신 나가는 일도 생기는건지

머리꼭지 따끈한 햇볕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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