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꼼수 시대

햇꿈둥지 2013. 7. 12. 08:25

 

 

 

 

 

#.

창틀에 집을 지은채 여섯마리의 새끼들을 키워내고 있는 박새둥지 에서는 

아주 작은 벌레들이 쉼 없이 방안으로 넘어 들어 와서

방을 폐쇄 하든지 새집을 폐쇄 하든지...고민 고민하며 새집을 피한 소독약 뿌리기를 수차례,

어느 날인가 인사도 없이 호로록 이소 했더라 

 

#.

집으로 돌아 온 아내는

바닷가 아낙이 젓갈을 담듯 효소를 담궈대기 시작했다

엉겅퀴를 시작으로 마당 끝에 심겨진 소나무는 일제히 깍두기 머리가 되었고

이 풀 저 꽃 왼갖 것들의 머리끄댕이는 물론 뿌럭지까정 아작이 나는 바람에

항아리 사들이는 돈이 적지 않았음은 물론

내년 부터는 효소 마시는 일이 거의 물고문 지경일지도...

 

#.

아직도 마땅히 탁란을 하지 못한건지

뻐꾸기 울음소리 유난히 어수선,

 

#.

뉴스 시간마다 엽기의 진수를 본다.

죽이고 유기하고...그 잔인함...

절도 정도는 이제 애교스럽다

 

#.

묘수는 없고 꼼수만 가득한 세상,

 

#.

언제가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렸다는 오해로 노인 한분을 험하게 구타하는 영상이 나오기도 했다

그날 이 후로의 결심,

동서들 모두에게 전화로 통사정 하기를 

"이담에 우리 늙어 빠지거든 소토골에 모여살자. 아님 늙기 전에 죽든가..." 

 

#.

머리카락이

아이의 배냇 머릿결 처럼 흐느적 자라기 시작했다

 

#.

히크만 카테터를 뽑아낸 자리가 아물었다

또 다른 배꼽,

 

#.

시간 널널해서

마음 먹었던 단양 오지 마을 하나를 인터넷으로 찾았더니만

두번의 티비 바람 이 후

다섯 가구의 늙은 마을에 펜션이 지어지기 시작했다는 풍문...

 

마음속 문을 닫았다

 

#.

아랫 동네에는 폭염

윗 동네에는 폭우

 

환장해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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